노무현 대통령은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52주년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했다.
노 대통령의 추념사을 소개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는 쉰 두 번째 현충일을 맞아 선열들의 거룩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단지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본받아 따르고 아들딸 손자손녀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지난날과 같은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다짐을 위해 모였습니다.
저는 먼저 나라와 겨레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치신 애국영령들의 영전에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조국에 바치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국가유공자 여러분께 충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국민 여러분,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진상조사 시작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민주, 번영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그리고 민주열사들이 뿌린 피와 땀의 결과입니다. 이 분들이 자자손손 추앙받고, 그 후손들이 명예와 긍지를 갖고 사실 수 있도록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너무도 늦었지만,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진상조사를 2004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미진한 청구권 자금 지급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친일 반민족행위의 진상을 밝혀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먼저 가신 분들의 맺힌 한을 풀어드리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6.25 당시 나라를 위해 전사한 13만 여명의 호국용사들의 시신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분들 모두를 현충원에 모실 수 있도록 유해 발굴사업을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업을 통하여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마땅하고 자랑스러운 일로 생각하도록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다시 독재가 되살아나는 일 상상도 할 수 없어
이 자리에 잠들어 계신 우리의 애국선열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분연히 떨쳐 일어났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자주독립을 위해, 6.25 때는 나라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군사독재 시절에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몸 바쳐 헌신했습니다.
이러한 의로운 투쟁이 있었기에 우리 역사는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진보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귀한 희생을 바쳐야 했습니다. 식민통치와 분단, 6.25의 수난은 말할 것도 없고, 이승만 독재는 4.19의 희생을, 5.16과 군사독재는 부마항쟁에 이어 5.18의 비극을 낳았습니다.
이제 이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만큼 넉넉한 힘을 길러 왔습니다. 다시 독재가 되살아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인권국가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건강하고 안정된 삶 누리는 선진한국 머지않아
무엇보다 지금 우리는 올바른 전략과 비전을 가지고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고 있습니다.
특권과 반칙, 부패의 유착구조를 청산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개방과 혁신을 통해 세계화, 지식기반 경제시대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평화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나라의 자주적 위상도 한층 높여가고 있습니다. 동반성장과 균형발전, 복지투자를 미래 발전전략으로 채택해서 함께 가는 사회,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면 보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이 뿌리내리고, 시민의 권리는 더욱 신장될 것입니다. 그 위에서 우리 국민은 창의와 다양성을 꽃피우며 더 큰 번영을 이뤄갈 것입니다. 질병과 노후, 주거, 안보에 대한 불안이 없이 국민 누구나 건강하고 안정된 삶을 누리는 선진한국도 머지않았습니다.
관용과 승복,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실천해 나가자
이제 조금만 더 분발합시다. 불신과 불복, 대립의 정치를 극복하고 관용과 승복,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를 실천해 나갑시다. 신뢰와 통합 수준이 높고 더불어 잘 사는 민주복지국가를 향해 힘과 지혜를 모읍시다.
저는 이것이 선열들의 뜻을 받들고 그 희생을 값지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먼저 가신 임들의 명복과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6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