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년만의 조선왕조 첨단과학 자격루 복원제작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소재구)은 박물관 전관개관(2007. 11. 28.)을 앞두고 조선왕조 세종 때 만들어졌던 보루각(報漏閣) 자격루(自擊漏)를 570년 만에 복원 제작하였다.
자격루(自擊漏)는 물의 흐름을 이용하여 만든 물시계와 자동 시보장치(時報裝置)를 갖춘 표준시계로서 한국과학사의 위대한 발명품이다. 세종대왕의 천문의기(天文儀器) 및 시계(時計) 창제사업인 간의대사업(簡儀臺事業)의 중요 품목으로, 세종16년(1434)에 장영실(蔣英實) 등이 주관하여 제작되었다.
자격루는 세종이 “시각을 알리는 사람이 잘못 알리게 되면 중벌을 면치 못하는 것을 염려하여 장영실에게 명하여 시각을 알리는 일을 맡길 시보인형을 나무로 만들었으니, 이에 시각을 스스로 알림으로써 사람의 힘이 들지 않았다”는 실록의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천애민(敬天愛民) 사상이 배어 있는 조선조 첨단 과학기기이다.
이번 자격루 복원사업은 1997년부터 문화재청에 의해 연구용역 및 복원 설계 작업을 추진, 2004년 12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1년간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복원작업에는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총괄책임자 남문현 교수 : 문화재위원, 자격루연구회 이사장) 등이 참여하였다.
자격루가 복원되기까지는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는 중종 31년(1536)에 제작된 덕수궁 소재 자격루(국보 제 229호, 원 창경궁 소재)의 원형 실측작업, 국내외 관련 문헌들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와 고증작업, 3차에 걸친 자격루 복원 세미나 개최 결과 분석 등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복원된 자격루의 주요 부대장치로는 수수호〔受水壺 : 물을 일정하게 흘려보내는 항아리〕, 파수호〔播水壺 : 흘러온 물을 받는 항아리〕, 시기〔時機, 十二時 시보기구 : 12지시마다 종을 울리는 장치〕, 경점시보기구〔1경(오후 7시)~5경(오전 3시)까지 북과 징을 울리도록 하는 장치〕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격루 복원 제작의 가장 큰 의의는 자동시보장치를 원형 그대로 복원 제작하였으며, 물시계의 원형을 구현했다는 데 있다.
국보 제229호 자격루의 물시계 항아리 배열방식은 큰 파수호 1개와 파수호 2개를 같은 평면에 설치하는 2단 방식인데, 이는 일본인 학자들이 경복궁에서 창경궁으로 이전하면서 저지른 오류이다. 이번 복원에서는 파수호의 위치를 대파수호, 중파수호, 소파수호 순으로 1열 3단으로 배치하였다.
복원된 자격루는 11월 28일부터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