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보도비평 - 한미FTA 영향 평가 보도를 중심으로 |
지난 4월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협상과정에서 찬반 논란이 거셌던 만큼, 이제는 협상결과를 바탕으로 양측의 구체적인 득실을 따져보고, 한미FTA가 국민경제에 미칠 손익을 꼼꼼히 평가해야 한다. 실제 협상이 타결되기 전 정부는 반대론자들에게 “협상 이후에 결과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협상 타결 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협상내용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장밋빛 홍보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감시자와 비판자의 역할을 해야 할 방송마저 한미FTA 협상 결과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정부가 퍼뜨리는 한미FTA의 긍정적 효과를 홍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정부나 국책연구기관이 발표하는 보고서에 대해서 문제제기도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태도는 문제이다.
1)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보고서 관련 방송보도
지난 4월 3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11개 국책연구기관은 ‘한미자유무역 협정의 경제적 효과분석’이라는 자료를 발표했고, 방송3사는 이를 상세히 보도했다.
MBC는 4월 30일 <FTA 득과 실>(지영은 기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우리나라 각 부문에서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구체적으로 돈 액수로 계산해 본 분석 자료가 나왔다”며 정부의 발표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어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 같다”며 “수출에 비해 수입증가폭은 훨씬 적어서 흑자가 꽤 날 것 같다”는 정부의 설명을 그대로 전달했다.
SBS도 같은 날 <손익 ‘시각차’>(김용철 기자)에서 “국책연구소 11곳이 FTA타결 이후 처음으로 예상되는 경제효과를 상세하게 분석했다”며 “한미FTA로 관세가 철폐되면 미국을 상대로 4억 6천만 달러, 전 세계를 상대로는 20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무역흑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KBS도 <10년 동안 6%↑>(한승복 기자)에서 같은 성장률과 고용 효과를 보도한 뒤, 현재 1억 원에 팔리고 있는 미국산 수입차, 한미FTA가 발효되면 값이 천만 원 가까이 내려간다.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이라며 “한미FTA가 발효될 경우 이런 식으로 해마다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2조 원에 이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생산성과 고용추정치를 계산한 방식이다. GDP 성장률에 대해서 MBC는 “10년에 걸쳐 6% 늘어날 것, 연평균 0.6%씩 올라가 2018년 기준으로 약 80조 원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보도했다. SBS도 “한해 평균 0.6%씩 10년 동안 6%의 추가 경제성장과 230억 달러에서 320억 달러 정도의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도 예상”했다. KBS도 “실질 국내총생산은 10년 동안 6% 늘어난다”고 보도했다. 고용효과에 대해서도 MBC는 “10년간 34만 명, 매년 3만4천 명씩 증가할 것”, SBS “취업자수도 34만 명이 증가할 것”, KBS도 “일자리는 주로 !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10년 동안 34만 개 늘어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률과 고용추정치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각각 1.2%포인트와 1%포인트 증대된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런 전제를 넣은 이유를 “협정 후 우리 사회 전반의 법·제도 및 정책의 선진화가 이뤄지고 외국인 투자 증가 등으로 자본축적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에 생산성 증대 효과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신범철 경기대 교수(경제학)는 “생산성 증대가 있다고 먼저 가정하고 모델에 일종의 충격을 가하는 뻥튀기 작업을 했다.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이론적·실증적 근거가 부족해 정부의 공식 자료로 쓰이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한겨레 <성장률은 튀기고 저작권 보호 강화 줄이고>2007/4/30) 또한 애초 정부는 서비스 부문을 20% 개방한다는 전제 아래 서비스 부문 40만 명을 포함해 모두 55만 명의 일자리가 더 늘어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런데 협상 타결 결과 서비스 부문 개방 정도가 낮아진 것과 비교해 고용 증대 전망?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도 의아한 부분이다.
대미 무역수지가 개선된다는 결과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작년에도 대미 무역흑자 감소분이 73억 달러로 악화되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이 수치를 47억 달러로 조작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대미 무역수지 예측에 사용한 프로그램은 앞서 경제성장률 예측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CGE(연산일반균형)모형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무역수지 예측의 경우 CGE모형을 사용하지 않고 산업별 무역수지를 합산해 결과를 내놓았다. 재경부와 KIEP는 “CGE 모형은 수출입·무역수지 변화를 포착하는 데 있다. 협상 타결로 산업별 관세 양허안, 서비스 유보안이 나와 있어 이걸 활용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아예 다른 방식을 적용해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했다는 의혹어린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이번 연구 결과중에서 지적 재산권 강화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입을 피해 예상액을 너무 적게 산정했다는 ! 논란도 있다.
하지만 방송3사는 이런 신뢰성 논란에 대해서는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정도의 애매모호한 보도태도를 보이거나, 정부 발표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해산업 분야의 반발인 것처럼 그렸다.
MBC는 이 분석결과에 대해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어디까지나 가정”이라며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번 결과를 액면 그대로 믿어버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지적하는 데 그쳤다. 연구방법의 객관성 문제를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에 따른 한계 정도로 치부한 것이다. MBC는 이어 “이번 연구결과는 FTA추진 초기의 예상보다 효과도 적고 피해도 적게 나타났는데, 협상 과정에서 이것저것 예외를 두면서 개방의 폭을 줄였기 때문”이라며 정부 측의 주장을 반복했다.
SBS는 “지금까지 연구 보고서 중 가장 적은 피해규모로 추정하고 있는데 농경 불신을 다시 조장하는 보고라고 본다”는 농민단체의 반발을 보도하면서, 이어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를 놓고 이처럼 각 분야별로 뚜렷한 시각 차이를 보임에 따라 정책추진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대안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멘트하여 정부발표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해 집단만의 반발로 취급하는 경향도 보였다.
KBS는 “정부가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강조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분석을 내놨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며 연구방법의 문제점을 환기시켰으나 이를 심층적으로 다루기보다 보도 말미에 반대의견을 덧붙이는 수준에 그쳐 크게 차별성이 없었다.
2) 소비자원 연구결과 보도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홍보에 가까운 보도는 5월 3일 한국소비자원(공정거래위 소관)의 연구결과 발표에서도 보였다. MBC와 SBS는 이 날 발표 내용 중 일부만을 부각해 한미FTA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MBC는 5월 3일 <엄청난 가격차>(안형준 기자)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청바지 한 벌 살 수 있는 돈이면 미국에서 그 돈으로 세 벌을 살 수가 있다”며 “한미FTA가 체결되면 그렇게 즉각 소비자들에게 실익이 돌아갈 수 있는 게 있지만 반대로 같은 품목 제조업자에게는 대위기”라고 보도했다. MBC는 이어 “세계 곳곳에서 팔리는 리바이스 청바지, 우리나라 판매가격을 100으로 가정할 때 미국에서는 36수준이다. 한국에서 한 벌 살 돈이면 미국에선 세 벌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나이키 운동화는 미국이 5! 6으로, 절반 가까이 싸다”, “쇠고기는 한국이 100일때 미국은 19.5로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라며 한미FTA가 체결되지 않아 우리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 처럼 보도했다.
SBS도 같은 날 <미국에서는 얼마?>(강창용 기자, 앵커보도)에서 “미국산 제품을 미국 현지보다 우리가 얼마나 더 비싸게 사서 쓰고 있을까요? 궁금하시죠?”라며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수입 판매되고 있는 미국산 제품의 값을 100으로 잡을 경우 쇠고기는 미국 현지 판매가가 19.5로 우리의 1/5도 되지 않았다”, “리바이스 청바지는 36.4, 나이키 운동화는 56.1...자동차도 63.1에 불과하고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MP3, 아이팟 같은 경우는 89.5로 그나마 가격이 비슷하다. 같은 제품인데 이렇게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건 수입관세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SBS는 이어 “소비자원은 관세가 철폐될 경우에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1년에 11조 7천 7백억 원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며 한미FT! A로 소비자가 얻게 될 이익을 크게 강조했다.
아울러 두 방송사 모두 보도 말미에 “FTA의 효과가 소비자의 것이 되려면 외국 수입처와 독점계약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얻는 불공정거래부터 먼저 개선해야한다는 지적이다”(MBC), “FTA 발효로 관세가 철폐된다 하더라도 유통시장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비자가 얻는 혜택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SBS)이라며 유통시장의 공정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간략히 덧붙였다.
이 날 두 방송사의 보도만 보면 마치 한미FTA가 체결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으며, 한국소비자원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핵심내용은 이러한 내용이 주가 아니였다.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에서 밝힌 주된 발표내용은 먼저 “소비자들은 한미FTA 협상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하지만, 한미FTA가 실제 소비생활에 미칠 이익과 가격인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관련 산업의 붕괴와 소비자안전 문제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계 당국의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한미FTA가 체결되면 소비자 후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나, 실제 소비자 이! 익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소비자 거래 분야에서 유통구조의 개선과 소비자안전·보호제도의 선진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그런데 MBC와 SBS는 발표내용 중 극히 일부만을 부각해 발표내용을 호도한 것이다. 실제 두 방송사가 발췌 보도한 <한·미간 가격비교>내용은 전체 발표자료 43페이지 중 단 1페이지 분량에 지나지 않는 내용으로, 발표내용을 요약한 한국소비자원의 보도자료에서도 1줄 가량에 불과한 내용이었다. 또한 가격비교 대상 상품들도 ‘프링글스 과자’, ‘리바이스 청바지’, ‘나이키 운동화’ 등 단지 미국산 상품에 관한 단순 비교여서 MBC 보도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청바지 한 벌 살 수 있는 돈이면 미국에서 그 돈으로 세 벌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방송3사는 한미FTA 협상 기간 동안 단순중계보도에 머물렀으며 핵심쟁점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한미 FTA의 득실 판단이 어렵다면 찬반 여론이라도 균형 있게 보도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보도의 균형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 이번처럼 정부나 국책연구기관이 발표하는 내용은 빠지지 않고 꼼꼼히 전달하는 반면, 40%에 달하는 반대의견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한미FTA협상타결 이후 한미FTA 반대론자들이 내놓는 분석결과와 문제지적은 전혀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최소한 찬반양론만이라도 균형 있게 보도하기를 바란다.라고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