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환국’…역사적 순간을 되새기다
1945년 광복을 맞아 대한민국 임시정부(이하 임정)는 그해 9월 3일 조국으로 돌아갈 것을 공식화했다. ‘환국(還國)’이 비로소 실현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임정 요인들은 환국을 천명한 이후 같은 해 1진과 2진으로 나뉘어 11월 23일 김포에, 12월 1일 군산에 각각 도착했다. 임정 수립 이후 약 27년 만에 민족의 염원인 독립된 조국의 품에 돌아갈 수 있었던 진정한 의미의 환국이었다.
이러한 임정의 환국과 관련된 역사적 기록과 그 가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뜻깊은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하 임정기념관)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이하 대통령기록관)과 함께 임정 요인들의 환국 77주년을 맞아 세종 대통령기록관에서 ‘환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돌아오다’ 순회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는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11월 23일에 개막행사를 갖고 국민에게 열렸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과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이 지난달 23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대통령기록관에서 ‘환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돌아오다’ 순회전시를 개최한다.
이현희 임정기념관 학예연구사는 “임정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가 민주주의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라며 “대통령 또한 민주주의를 상징하므로 임정의 정신과 가치를 선양하기에 적합한 장소라는 판단으로 대통령기록관 측에 협업을 제안해 이번 전시를 성사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전시 주제인 임정의 환국을 이야기하기 위해 “먼저 임정을 이끌었던 여러 수반들과 주요 인물들의 활동을 다룰 필요가 있었고 이런 측면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이끌었던 대통령들의 기록을 보존·전시하는 대통령기록관에서 이 전시를 기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역사적 맥락을 갖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사는 무엇보다 1948년 재건된 대한민국 정부가 임정을 계승했음을 제헌헌법 전문과 관보 제1호를 통해 밝힌 부분 역시, 대통령기록관에서 전시함으로써 더욱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총 6개 테마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임정기념관 개관 당시 개최됐던 개관 기념전시에 새로운 테마를 추가해 진행된다. 대통령기록관이라는 공간에 담긴 의미를 바탕으로 임정 수반들의 활동과 기록을 소개하는 1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반들’ 테마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다.
1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끌다’를 주제로 임정 수립 이후의 이승만, 이상룡, 김구 등 역대 수반의 활동이 담긴 주요 문서를 소개한다. 이승만 박사가 임정의 대통령으로서 미국에서 대미외교에 집중하다 상하이에 도착해 임정에 머물렀던 내용이 담긴 독립신문 등 다양한 기록물에서 임정 초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임정은 초창기 국무총리를 행정부의 수반으로 하는 민주공화국으로 수립됐다. 이후 대통령제, 국무위원제, 국무령제, 주석제로 수반 체제를 변천해가며 정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임정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설명에 나선 김양희 대통령기록관 학예연구관은 “임정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민주공화제를 처음 수립 때부터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것이 지금 우리 헌법에 그대로 녹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2부 ‘승리하고 돌아가리라’에서는 독립을 보장받기 위한 임정의 외교·군사 활동을 살펴볼 수 있다. 1941년 12월 임정의 대일선전성명서와 1943년 12월 카이로 회담을 통해 한국의 독립을 보장한 카이로 선언, 1945년 9월의 일본 항복 문서 등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인면전구공작대, 독수리작전 등을 다양한 영상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 연구관은 “2부는 단순히 주어진 독립이 아니라 우리 임정과 독립운동가들이 투쟁해서 얻었다는 이야기가 담겨진 부분”이라며 “대일선전성명서 발표를 비롯해 연합군과 함께 활동하면서 일본군과 맞서 싸우고 미국 전략첩보국(OSS)에 가서 훈련을 받아 한국 침투 작전을 준비하는 등 우리 독립운동가들이 이렇게 계속 노력했다는 점을 눈여겨 봤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3부 ‘가자, 조국으로’에서 주목할 기록물로는 1945년 9월 3일 마침내 환국을 천명한 ‘국내외 동포에게 고함’이 있다. 이후 중국·미국과의 협상 끝에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환국 당시 사용됐던 C-47 수송기 내부를 일부 재현한 구조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제14대, 제18대 임시의정원 의장을 역임했던 김붕준 선생의 여행용 가방과 의복류도 실물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광복을 맞이했지만 중국에는 여전히 많은 동포들이 남아있었다. 이에 임정은 일부 요인들로 ‘주화대표단’을 구성해 중국에 남아 동포들의 귀국과 치안을 끝까지 담당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개선하다’를 주제로 한 4부는 1945년 12월 당시 제작된 개선문과 꽃전차 구조물을 영상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관람객들의 포토존으로도 인기인 이 구조물들을 통해 전 국민이 열렬히 환영했던 임정 개선 전국환영대회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이번 전시가 대통령기록관이 소재한 세종·충청지역에서 열리는 만큼 이를 강조한 작은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 연구사는 “순회전시에서는 각 지역의 기관이 참여하는 만큼 해당 지역의 독특한 측면을 강조하는 전시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충청지역에서 이뤄졌던 다양한 임정 환영행사를 강조함으로써 전시의 장소성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5부는 헌법과 인물, 기념일과 국가 상징을 이어가는 ‘대한민국 정부, 임시정부를 계승하다’를, 6부는 임정기념관 개관 등을 통해 ‘100년의 기억 위에 새로운 100년의 꿈을 심다’라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5부에서는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 등 3개국어로 번역된 한국애국가 악보를 비롯해 광복군이 서명한 태극기 등이 전시돼 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임정으로부터 헌법과 민주공화국이라는 제도적 유산만이 아니라 국호, 연호, 국기, 국가, 국경일, 정부의 주요 인물들까지 실질적으로 이어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연구관은 “통치사 역시 대한민국의 발전사인데 1948년 이전에 대한 기록, 역사적 의미 등 이런 부분은 그간 기관 성격상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다”며 “이번 임정기념관과의 공동 전시를 통해 1948년 이전에 정부의 뿌리에 대한, 대통령제의 시작과 역사적인 맥락에 대한 이야기를 대통령기록관과 연관지어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기록관이 갖고 있는 기록물들을 활용해 대통령제, 통치사 등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활성화되고 이로써 국민들이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는 매개의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런 점에서 1948년 이전의 대통령제의 시작 등을 연관해 전시를 풍성하게 보실 수 있게끔 마련돼 다른 전시에 비해 뜻깊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내년 6월 30일까지 약 7개월간 진행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며 월요일은 대통령기록관 휴관일이다.
임정기념관은 국내외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관련 기관에서의 순회전시를 지속할 방침이다.
이 연구사는 “내년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독립외교의 상징성이 있는 미국 워싱턴 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의 순회전시를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향후 전시 계획을 전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