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93조’ 및 선관위 ‘UCC 운영기준’에 대한 대선 민언련모니터단 논평 |
사상 유례없는 ‘입막음 선거’가 되지 않도록 실질적 조치를 강구하라.
지난 9월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공직선거법 93조’와 선관위의 ‘UCC 운영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직선거법 헌법소원 청구인단’을 모집해 위헌 소송을 낸 바 있다.
현행 ‘선거법 93조’는 선거 180일 전부터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게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는 네티즌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가로막고, 참정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단순한 의견 개진은 허용하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 행위는 골라 처벌’하겠다는 모호하고 자의적인 기준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선거법이 과도하게 적용되면서 인터넷상에서 자유롭게 벌어졌던 건전한 정치토론 문화가 잠식될 뿐만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당할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고, 이로 인해 2007년 대선이 사상 유례없는 ‘입막음 선거’가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민사회의 우려가 실제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경찰청에는 263명의 사이버 검색요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선관위도 900명이 넘는 사이버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감시활동으로 인해 총 827건의 선거법위반 건수 중 68%에 해당하는 561건이 인터넷을 통한 대선관련 동영상(UCC)과 게시글로 문제가 되어 경찰조사를 받게되었다고 한다.
또한 중앙선관위도 9월말 현재 2002년 대선 전체 기간보다 5배나 많은 5만 5천건이 넘는 게시글을 삭제 요청했다고 한다. 이 중에는 국회의원이 낸 성명서나 이미 뉴스나 방송에 보도된 내용을 복사해서 게시한 글까지 삭제 요청했다고 하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네티즌들의 의견 게시글이 삭제될 것인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결국 모호한 선거법 기준과 중앙선관위의 엄격한 법 적용은 ‘인터넷은 참여촉진적인 매체’라고 했던 헌법재판소 판결의 의미까지 훼손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는 2002년 16대 대선에서 인터넷을 통한 자발적인 정치참여의 위력을 확인한 바 있으며, 이러한 폭발적인 인터넷 정치토론은 세계 언론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80%가 넘는 네티즌들이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2007년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포털이 ‘네티즌들이 의도하지 않게 선거법을 위반할 것을 염려해’ 여론 형성의 한 축이였던 ‘정치 댓글’을 없애는가 하면, 메인화면의 뉴스박스에서 대선관련 뉴스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 D-00일’이라는 문구만을 덜렁 내걸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포털사이트의 움츠림으로 인해, 유권자는 예전에 비해 포털을 통해 손쉽게 대선관련 각종 정보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는 UCC가 태풍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몇몇 후보들이 제작한 UCC만 있을뿐 네티즌들이 만든 선거관련 UCC는 거의 전무할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선거법은 불법·탈법·금권·동원 선거의 폐해를 줄이고, 정책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올바른 정치적 선택을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 매체가 정치에 무관심했던 유권자들을 선거에 참여하게 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해왔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국민 스스로 인터넷을 통한 자발적인 정치참여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동안 정치인들은 무엇을 했는가? 지난 정기국회에서 정치관계법특위는 ‘인터넷 선거운동 상시허용’에 관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지도 않는 우를 범했다.
2007년 17대 대선이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고, 내년 총선은 6개월여 남았다. 정치권은 하루빨리 선거법 개정을 통해 유권자의 자유로운 정치참여를 보장하고, 참정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당장 선거법 93조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을 막기위한 현실적 해법을 찾는 일도 긴급하고 중대한 일이다.
우리는 선관위가 ‘단순한 의견 개진은 허용하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 행위는 골라 처벌하겠다’라는 입장처럼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리지 말고 보다 구체화하길 바란다. 모호한 기준과 자의적 판정은 결국 부작용만 양산할 뿐이다. 선관위는 대선기간 동안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루라도 빨리 현실적인 조치를 강구하는 데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2007 대선 민언련 모니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