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 주장하던 원희룡 장관, 입장 바뀐건가?
SH·GH 이미 공개, 사법부도 수차례 공개판결했다. LH도 당장 공개시켜라!
원희룡 장관이 21일(금) 종합국감에서 LH 분양원가 공개를 촉구하는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 “가격 적정성, 투명성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SH와 LH는 사업구조 자체가 다르다”며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이는 지난 2006년 국회의원 시절, 2010년 제주도지사 시절 일관되게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찬성했던 만큼 LH 공공주택 원가공개를 기대했던 수많은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다. 또한 지방공기업인 SH와 GH가 이미 시행하고 있고 ‘LH를 상대로 한 수차례 원가공개 소송’에서도 사법부의 공개판결이 난 상황에서 원희룡 장관이 부정적 입장으로 답변한 것은 국토부장관이 된 이후 수 많은 무주택서민이 아닌 공기업과 건설업계를 대변하겠다는 의지로 보여 비판받아 마땅하다. 아니라면 즉각 LH 공공주택 원가공개를 지시해야 한다.
원희룡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6년 경실련 등이 주최한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 1차 시민대회’에 참여하여 분양원가 공개 등 아파트값 내리기 정책에 찬성하는 서명운동을 독려했다. 제주도지사 시절이던 2010년도에는 국정감사 자리에서 “공공아파트는 원가를 공개해 도민들에게 최대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원희룡 장관이 오늘 열린 국토부 종합감사 중 기존과는 상반되는 듯한 태도를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국토부 장관이 분양원가 공개를 주도할 생각이 없냐고 묻는 질문에 “취지는 동감하지만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재원을 순식간에 없애버릴수 있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다. 이는 ‘공공주택 사업을 핑계삼은 주택공기업의 땅장사·집장사와 바가지분양을 통한 부당이득 챙기기를 허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공기업 설립과 공공주택 사업 추진 취지를 부정하는, 매우 부적절한 답변이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기업도 장사다’는 발언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았던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건설원가는 일반 소비자들이 알기에 어려운 정보이다. 때문에 공기업과 건설사는 실제 원가와 상관없이 분양가를 부풀려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겨왔다. 이번 국감에서도 여러 의원들이 LH의 공공주택사업에서의 부당이득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였다. 건설원가공개는 건설사 마음대로 집값을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공공영역만큼은 이윤보다 공익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사법부도 국민의 알권리, 공기업과 공공주택정책의 투명성 강화를 통한 서민주거안정 기여 등을 이유로 수차례 원가공개 판결을 내렸다. 원희룡 장관은 공공주택 재원을 앞세웠지만 원가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공공영역마저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도록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경실련은 2004년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을 선포하며서 줄기차게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해왔다. 이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이따르자 2006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실련의 주장을 수용하여 2006년 9월 분양원가 전면공개를 선언하고 원가와 수익을 공개했다. 그 뒤 노무현 대통령도 공공과 민간 모두 건설원가를 공개하도록 방침을 선회했지만 입주자모집 공고문에 분양가를 ‘공공은 61개, 민간은 7개 항목으로 구분 공개’하는 정도로 그쳤을 뿐 실질적인 분양원가 내역공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마저도 2012년 3월, 이명박 정부는 건설경기 침체를 이유로 공공아파트 분양가 공개항목을 12개로 대폭 축소했으며, 박근혜 정부는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함으로써 민간 분양가 공개가 아예 사라졌다. 이후 2019년 국토부가 공공택지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62개로 확대했지만 가장 중요한 수익과 원가가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방공기업인 GH가 2018년 분양원가 내역을 모두 공개했고, 지난해 말부터 SH공사도 과거 분양했던 아파트의 분양원가 내역과 수익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지금 금리인상으로 집값이 주춤하고 있는 만큼 LH도 당장 원가내역을 공개하고 집값거품제거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하는 만큼 원희룡 장관은 즉각 LH 분양원가 공개를 지시하기 바란다. “SH와 LH는 사업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밝혔지만, 국민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핑계일 뿐이다.
원희룡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현대판 주거신분제를 타파하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을 지키고자 한다면 장관이 되기 전 보여줬던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소신부터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국회도 공공주택 분양원가 상세내역 공개, 공공주택 민간택지 매각 금지, 민간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의무화 등 바가지분양을 근절하고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 다시는 서민들이 집값 문제로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