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하청업체 노동자 천장크레인 보수작업 중 안전사고로 사망
지난달 21일 오전 9시께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이동우씨가 천장크레인 보수작업 중 발생한 안전사고로 사망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3일이 지난 이달 13일, 고인의 유가족은 포항에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영정사진을 들고 상경했다. 고인의 죽음 앞에서 동국제강은 상황을 모면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다. 포스코·현대제철에 이은 국내 3대 철강회사로 연매출이 7조원에 달하는 동국제강에 상식적인 태도를 기대한 것은 너무 큰 바람이었다.
김하나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에 의하면, 동국제강 본사 앞, 기자회견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고인 사망 이후 장례를 치르지 못한 사이 고인의 배우자는 임신 3개월이 됐다. 고인의 배우자와 어머니, 그리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고인의 장모님을 포함한 유가족의 얼굴은 침울하다 못해 비통함이 역력했다.
당초 계획은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동국제강에 입장서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국제강에서는 총무팀장을 보내 건물 1층 로비에서 입장문을 받겠다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유가족 대표 2명만 동국제강 사무실로 올라가 정식으로 입장문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동국제강은 이를 거부하며 유가족의 상층부 출입을 막았다. 그렇게 유가족은 건물 1층 로비에서 동국제강의 답변을 기다렸다. 한 시간이 넘도록 소식이 없자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 참석자들은 로비 바닥에 연좌했다. 고인의 배우자는 차가운 로비 바닥에 앉아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그 모습에 사람들이 울었다.
유가족이 동국제강에 요구한 것은 동국제강 경영책임자인 장세욱 대표이사의 공개 사과, 고인 사망의 구조적 원인 분석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책임자 처벌, 정당한 배상이다. 그 어느 하나 과한 것이 없다. 그리고 유가족이 원한 것은 단지 그 입장을 전하겠다는 것뿐인데, 남편·자식·가족을 잃고 심지어 장례도 못 치른 채 상경한 사람들을 이토록 야멸차게 대하는 것이 동국제강의 대화법인가.
동국제강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동국제강에서 최근 5년간 다섯 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재해로 죽어 나간 사람은 고인 한 분이 아니다. 고인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동국제강은 도급인으로서 작업현장에 안전관리자나 안전담당자를 입회시키지 않았다. 또한 작업계획 및 안전작업허가서에 따라 작업자 배치와 작업이 이뤄지는지, 작업자 배치에 앞서 천장크레인의 전원이 차단됐는지, 지상에 신호수를 배치했는지, 정해진 신호방법에 따라 신호가 이뤄지는지에 대한 관리·감독 등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동국제강은 김앤장을 선임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가족 곁에는 60개 넘는 연대단체가 있다. 차가운 건물 로비 바닥에 유가족이 연좌했을 때, 고인의 배우자 곁에는 굳건한 표정의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함께였다. 유가족은 지금 이 시각에도 동국제강의 책임감 있는 대응을 촉구하며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복중의 아이가 세상에 나왔을 때, 비록 아빠는 세상에 없지만 아빠의 죽음이 어떤 의미가 됐는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