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포스텍 이길호 교수팀, 빛으로 고체의 성질 제어·측정 성공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포스텍 물리학과 이길호 교수-조길영 교수 연구팀이 빛으로 고체 물질의 양자 성질을 다양하게 제어하고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관련 논문은 16일(영국 현지 시각) 최상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영문)은 ‘Steady Floquet-Andreev states in graphene Josephson junctions’이며, 논문 제목(한글)은 ‘그래핀 조셉슨 접합’ 내의 안정적인 플로켓-안드레예프 상태이다.
◇마이크로파로 플로켓 상태 장시간 구현 성공, 네이처 인정
고체 물질의 성질은 고체 내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면 금속, 그렇지 않으면 부도체로 정의된다. 금속과 부도체의 중간 정도로 전자가 움직일 수 있으면 반도체로 구분된다.
물질 내의 원자와 전자의 움직임을 변경해 고체의 성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강한 열 또는 압력을 가하거나 인위적으로 불순물을 첨가하는 등 화학적인 방법을 이용해야 했다.
과학계에서는 아주 작은 크기의 고체 물질의 경우 기존 방식(열·압력·화학물질 첨가 등) 외에도 빛을 쬐어주면 양자 성질이 바뀐 ‘플로켓(Floquet) 상태’[1]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이 1900년대 중반부터 제안된 바 있다. 오랫동안 이론적으로만 예측되던 플로켓 상태는 2013년에 처음으로 관찰됐고 이 후에도 몇 건의 사례가 보고됐다.
플로켓 연구가 지속해서 성과를 낼 경우 앞으로는 빛을 쪼임으로써 ‘위상물질’(Topological Material: 기존 반도체 기반 정보 소자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양자 물질)을 발현시킬 수 있는 등 신소재, 양자기술 분야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그동안 구현된 플로켓 상태는 250펨토초(1펨토초는 1천조분의 1초) 수준의 지극히 짧은 순간만 지속했다. 플로켓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양자 고체 물질에 가해주는 에너지가 매우 커 강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로켓 상태의 특성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이길호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2]에 기존의 적외선 대신 마이크로파를 서서히 쬐어 플로켓 상태를 장시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빛의 세기가 기존 대비 1조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약해 열 발생이 현저히 줄었고, 플로켓 상태는 25시간 이상 지속했다.
또한 연구팀은 최적화된 ‘초전도 터널링’ 분석법을 통해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에 가해지는 빛의 세기, 파장 등에 따라 달라지는 플로켓 상태의 특징을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길호·조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플로켓 상태가 지속해서 유지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플로켓 상태를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에 의미가 있다”며 “향후 편광 등 빛의 특성과 플로켓 상태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길호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2017년 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5년째 지원을 받고 있다.
한편 이길호 교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으로 초고감도 마이크로파 검출기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관련 성과는 차세대 양자정보기술 상용화를 위한 원천 연구로 인정받아 2020년 10월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