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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장병 ‘열악한 함정근무 환경과 부조리한 조직문화’ 이중고에 시달려

등록일 2021년10월28일 00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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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민 의원, 2차 가해, 조직적 은폐·침묵… 해군 장병들이 털어놓은 충격 실태

- 장병들의 실제 인터뷰, ‘2차 가해’, ‘조직적 침묵‧은폐’ 등 최근 군 전반에서 벌어진 사건들의 적폐가 고스란히 드러나

- 수천만원 들여 수행한 연구용역 함대 지휘관들에게는 배포도 안돼

- 의원실 지적에 해군본부 뒤늦게 전 부대에 해당 연구용역 배포하고 활용하라 지시

- 장병들의 고충을 식별하고도 실제 해결을 위한 대안마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비판 면하기 어려워

- 조직진단실태를 기반으로 해군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해군이 작년 조직문화 진단을 위해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에 ‘2차 가해’, ‘조직적 침묵‧은폐’ 등 최근 군 내부에서 벌어진 사건들의 적폐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장병들의 고충을 식별하고도 해결을 위한 대안마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기동민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성북구을)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해군은 2020년 12월에 수행한 「계층별 조직문화 진단 및 혁신 프로그램 연구」 용역 보고서를 통해 부조리한 해군 조직문화에 대한 실태를 파악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연구는 ‘개방형 토론 및 심층인터뷰’, ‘초점집단면접’ 등을 통해 해군 조직문화 진단결과를 도출했고, 설문조사 대상자 중에서 밀레니얼 세대(84년생 이후) 즉, MZ 세대가 전체의 48%를 차지하고 있어, MZ 세대 군 장병들의 조직문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해군 장병들은 실제 인터뷰를 통해 부조리한 해군 조직문화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주요 내용으로 첫째, ‘2차 가해’, ‘조직적 은폐 및 침묵’ 등 최근 일어난 군 내부 사망 사건에서 지적된 적폐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상급자와 상담한 고민 및 업무 내용이 다른 동료 및 선배들에게 알려지고 있어 상급자에게 조언을 구할 생각이 없다고 토로했다. 부대 사건 및 사고와 관련해 지휘계층의 무의식적인 사건 경위 파악이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신고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담겨있다.

‘나떼는 말이야’ 식의 지휘관, 상급자들의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상명하복 문화가 여전히 뿌리깊게 박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MZ 세대들은 조직문화 소통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였고, 함정에서 근무시 지휘관과 부서장 간 정서적 이질감이 형성되어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지휘관이 옛날 방식을 고집하여 밀레니얼 세대 장병들과 40~50대 상사간의 성격, 환경, 마인드의 괴리감으로 단합이 저하되고 있고, 크게는 전투력 손실 발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근 강감찬함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해군 일병은 전입 열흘 뒤 아버지 간호를 위해 청원 휴가를 2주 동안 갔고, 해당 병사 측은 코로나19로 2주 격리를 마친 뒤 복귀한 일병이 마주한 건 선임병들의 차가운 시선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고충은 인터뷰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임무 중 가족이 상을 당해도 휴가 일수 규정을 찾는 비인간적인 모습에 상처를 받았고, 이에 상급자를 믿고 의지할 수 없으며 리더라는 자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불공정한 업무 평가와 보상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근무평정, 진급, 상여금 등 업무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마저 ‘나눠먹기’ 식으로 지급되고 있어 의욕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에 회의감에 빠진 초급 간부들의 조기 전역이 잦아지며 인력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끝으로 부서단위 업무시 역할, 업무 절차 및 지원 체계, 목표관리체계 등에 있어 하급자에게 편중된 업무와 업무방식으로 인해 능률과 기대치가 저하되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부대의 장교들은 권위적이며 부사관들에게 병들보다 못한 대우를 하고 있고, 장교 스스로의 편함만을 채우려고 하여 수병들에게는 제대로 된 업무 권한을 행사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해군 부사관의 현실’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특히,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항상 업무를 할 때마다 왜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등 업무 동기와 관련해 경험하는 좌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연구 보고서에는 함정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의 고충이 많이 담겨있는데, 실제로 병사들이 함정근무 지원을 기피함에 따라 최근 전방 전투함의 상병‧병장 숙련병 비율이 31.5% 수준으로 적정 구성비 65%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함정근무병 전투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최근 5년간 해군 안전사고 중 사망자 또는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물적 피해액이 1,000만원 이상인 사고 중 함정사고가 31%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주로 일이병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군은 조직문화를 진단하고 실태를 확인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연구에서 ‘해군조직문화 진단은 지휘관과 관리자들이 조직문화 관리와 문화 혁신 프로그램 개발에 대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실시되었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정작 수천만원을 들여 수행한 연구용역은 함대 지휘관들에게는 배포도 되지 않았고, 본 의원실 지적에 해군본부는 뒤늦게 해군 전 부대에 해당 연구용역을 배포하고 활용하라 지시하였다.

기동민 의원은 “불과 1년 전에 해군은 조직문화진단을 통해 부대 내 악습과 장병들의 고충을 파악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사전에 경각심을 갖고 선제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했었더라면, 최근 부조리한 해군 조직문화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장병들의 사망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기 의원은 “특히, 해군 장병들은 열악한 함정근무 환경과 부조리한 조직문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연구를 통해 드러난 실태를 기반으로 해군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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