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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순례지로 다시 태어난 삼척

등록일 2021년10월16일 00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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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순례지로 다시 태어난 삼척


 

지금은 잠시 멈춰야 할 때! 랜선으로 즐겨보세요.

BTS는 지난 3월 삼척 맹방해변을 찾았다. 새 디지털 싱글 ‘버터’의 앨범 재킷 촬영을 위해서였다. 꽃샘추위가 한창이었지만 멤버들은 개의치 않고 촬영에 임했다. 선베드에 누워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비치발리볼을 하며 소년미를 뽐내기도 했다.

맹방해변에 재현된 BTS 촬영 세트.

그로부터 5개월 후, BTS는 또 다시 새로운 역사를 썼다. ‘버터’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0주 동안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4시간 내 최다 시청 유튜브 뮤직비디오’ 등 기네스북 기록 5개를 추가하며 승승장구했다. BTS 특수를 입은 맹방해변도 덩달아 인기가 급증했다. 앨범 재킷을 재현한 포토존이 설치되고, BTS가 언급한 여행지로 스탬프 투어 코스가 만들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 삼척은 동해안 제일가는 핫플레이스다.

BTS 발자취 가득한 맹방해변

진 : 바닷바람 쐬러 오기 너무 좋은 곳이더라고요. 다음에 시간 되면 한번 쯤 놀러 오셔서 저희가 촬영했던 곳 둘러보시고 비치발리볼도 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정국 : 겨울에 바다가 참 보고 싶었는데 못 왔었거든요. 촬영을 계기로 이렇게 오게 돼서 너무 즐거웠고, 바닷소리가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좋은 경치는 배신하지 않습니다. 삼척으로 오세요!

한여름을 지나 다시 찾은 맹방해변은 몇 달 새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해변에 BTS ‘버터’ 앨범 재킷 촬영 당시 사용했던 선베드, 파라솔, 비치발리볼 네트, 심판의자 등 소품들이 설치된 것. 대형 BTS 조형물과 ‘버터’ 앨범이 새겨진 노란 표지판도 등장했다. 올해 해수욕장 개장 당시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BTS 촬영지를 알리는 푯말.

BTS 맹방해변 촬영지 전경.

아니나 다를까. 평일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어떤 이들 손에는 ‘버터’ 앨범이 들려 있다.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 속 BTS 멤버들의 포즈와 표정을 그대로 따라 하며 사진을 남긴다. 가장 인기가 좋은 소품은 선베드다. 일반적인 선베드와 달리 바다를 등진 형태로 설치되어 인물과 푸른 바다를 함께 담아낼 수 있다. 방문한 날엔 바람이 많이 불어 관리자가 파라솔을 접어두었기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비치발리볼 세트와 서핑보드도 그대로다.

BTS 느낌 그대로!.

BTS에게 ‘찍히기’ 전에도 맹방해변은 삼척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이었다. 평균 수심이 1~2m로 얕은데다 깨끗한 물과 고운 백사장, 울창한 소나무 산책길을 보유해 가족 단위로 피서를 즐기기 좋다. 마읍천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선 담수욕을 즐길 수도 있다. 매년 4월이면 유채꽃이 만발해 1년 중 가장 화사한 풍경을 자랑한다.
맹방해변 드론뷰 펼쳐지는 덕봉산

덕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맹방해변.

맹방해변과 덕산해변 사이에는 54m 높이의 야트막한 산이 있다. 두 해변을 늠름하게 지키는 해상 전망대, 덕봉산이다. BTS ‘Butter’ Jacket Shooting Sketch 영상 속에서 촬영에 집중하는 멤버들 너머로 덕봉산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겉으론 특별할 것 없는 흔한 동산이지만, 이곳이 1968년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53년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었던 ‘명소 옆 오지’라는 걸 알고 나면 조금은 달리 보인다.

인생샷 명소로 소문난 덕산해변 외나무다리.
덕봉산으로 향하는 출발점은 덕산해변에서 시작된다. 이곳에 있는 외나무다리를 이용하면 발이 푹푹 빠지는 백사장을 통하지 않고도 덕봉산 입구까지 쉽게 걸어갈 수 있다. 외나무다리는 맹방해변 쪽에도 놓여 있으나 방문 당시(2021년 9월 초)에는 출입이 금지된 상태였다. 맹방해변에서 곧바로 입장 가능하더라도 덕산해변 쪽 외나무다리를 이용하길 권한다. 외나무다리가 훨씬 길고 구불구불해 독특한 분위기의 인생샷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정비된 탐방로.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는 총 943m로 정상으로 향하는 두 개의 등산로(A코스)와 산 둘레를 한 바퀴 빙 도는 해안산책로(B코스)로 나뉜다. 어느 코스나 슬리퍼를 신고도 가뿐히 오를 만큼 길이 순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10분 안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덕봉산 전망대 전경.

덕봉산 정상에 오르니 그저 황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작 10분 만에 얻을 수 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사방으로 탁 트인 풍경이 웅장하고 아름답다. 왼쪽으로는 맹방바다가, 오른쪽으로는 덕산바다가 끊임없이 밀려온다. 양쪽으로 뻗어있는 해안선이 수평선만큼이나 길고 장쾌하다. 해변에서 멀어질수록 에메랄드에서 사파이어로 변하는 바다의 빛깔도 오묘하기 그지없다.

반대편 덕산해변도 아름답다.

때로는 탐방로 자체가 멋진 풍경이 되기도 한다. 정상 부근 등산로에 위치한 ‘천국의 계단’은 수십 년간 자생한 대나무와 하늘이 한눈에 담겨 온전히 푸른 모습을 보여준다. 우거진 대나무 숲 사이로 방치된 군 초소를 보니 때 묻지 않은 자연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BTS 슈가도 반한 초곡용굴촛대바위길
슈가 : 저 삼척 되게 좋아하거든요. 삼척동자라서 그런지. (그런데) 잘 즐기지 못했어요. 저쪽 가면 예쁜 촛대바위가 있거든요. 아침에 일출 보려고 했다가 졸려서 못 봤는데... 좋아하는 삼척! 맛있는 것도 많아요. 여러분 놀러 오세요!                                                  -[EPISODE] BTS ‘Butter’ Jacket Shooting Sketch 中

촛대바위를 형상화한 초곡용굴촛대바위길 입구.

초곡항은 맹방해변에서 남쪽으로 약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항구다. 수산물 직매장과 자연산 활어를 취급하는 횟집 다섯 곳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호객행위가 없어 여타 항구와 달리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이곳에 슈가가 언급한 촛대바위를 볼 수 있는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이 있다. 어부들이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갈 때나 보았던 용굴과 촛대바위, 거북바위, 사자바위 등 해상 기암괴석을 천천히 걸으며 관람할 수 있는 ‘워크 스루’ 바다 극장이다. 총 길이는 660m로 짧은 편이나 데크, 출렁다리, 광장,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제1전망대에서 바라본 초곡용굴촛대바위길.

기암괴석 위에 만들어진 제1전망대.

방파제에 둘러싸인 항구를 벗어나자마자 바위를 때리는 파도 ASMR이 쉴 새 없이 고막을 자극한다. 굳이 소리를 듣지 않더라도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러나는 파도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면 절로 경외감이 생긴다. 11m 높이 출렁다리를 건널 때엔 더욱 아찔하다. 상판은 보기보다 많이 흔들리고, 유리바닥은 생각보다 더 투명하다.

코스 중간에 위치한 출렁다리.

투명한 유리 아래로 바다가 넘실거린다.

촛대바위와 거북바위(피라미드 바위).

얼마간 걸으니 기암괴석 한 무리가 등장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길쭉하게 솟은 촛대바위. 동해 추암 촛대바위보다 약간 굵직하고 덜 뾰족하지만, 세월의 채찍이 새긴 독특한 무늬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촛대바위 옆 거북바위는 작은 거북이 한 마리가 산에 오르는 듯한 모양새다. 이 바위를 측면에서 바라보면 거북이는 사라지고 삼각형의 피라미드가 나타난다.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이 새삼 신비롭게 느껴진다.

용굴 전망대.

용굴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굴.

탐방로 끝자락엔 용이 승천했다는 용굴이 있다. 길이 약 20m, 작은 어선이 드나들 만한 크기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마을 주민들이 배를 타고 이곳에 숨어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좁고 긴 틈으로 파도가 드나드는 광경을 뚫어져라 바라보면 제3세계 어딘가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초곡항에서 스피드보트 체험을 신청하면 한결 편안하고 생생하게 용굴을 구경할 수 있다.

BTS 진의 먹킷리스트 실현해 줄 삼척항 대게거리
진 : (고기가) 이만하게 뛰어다녔대. 이게 말이 돼? 바로 앞에서 이만한 게 뛰어다니는 게?

슈가 : 여기 원래 낚시터긴 해요. 나 여기 캠핑하러 왔을 때 낚시한 적 되게 많았어.(중략)

진 : 바다가 쫙 펼쳐져 있고 물고기가 막 펄떡펄떡 뛰어올라요. 킹크랩도 이만한 게 있는데 진짜 맛있더라!

-[EPISODE] BTS ‘Butter’ Jacket Shooting Sketch 中

삼척항 대게거리.

바다 도시에서 해산물만큼 맛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 시내와 인접한 삼척항에는 자연산과 양식을 모두 취급하는 활어회 센터와 대게 거리가 조성되어 사계절 미식가의 발길을 붙든다.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 찬 수족관을 보면 누구라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싱싱한 대게. 다리가 붉을수록 살이 꽉 차 있을 확률이 높다.

삼척항은 일반 횟집보다 대게 파는 집이 더 많다. 이는 최근 동해안 포구마다 관찰되는 공통적인 변화이기도 하다. 동해를 통해 들어오는 러시아산 대게와 킹크랩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아 늘어가는 대게 수요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삼척은 오래 전부터 대게가 많이 잡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대게 주산지로 경북 영덕군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십여 년 전만 해도 영덕의 상인들이 삼척항, 임원항 등지에서 잡은 대게를 가져다 팔곤 했다.

맛있는 대게 한 상.

9월 기준 대게 시세는 kg당 6~7만 원 선이다. 등급에 따라선 9만 원까지 나간다. 적당한 놈을 골라 맛보니 살수율이 좋고 육질도 탱글탱글하다. 은은하고 달달한 살맛을 오래 느끼고 싶지만 몇 번 씹을 틈도 없이 목구멍으로 쑥쑥 넘어간다. 살이 동나 아쉬울 때 쯤 게딱지에 남은 내장으로 볶음밥을 만들어 먹는다. 김, 간장, 참기름이 들어가 고소한 맛이 배가 된다. 지금은 금어기라 러시아산 대게만 판매 중이지만 제철인 11월~5월 사이에는 삼척 앞바다에서 잡힌 명품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삼척항의 밤.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안전하게 취재하였습니다. 우리 모두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방역수칙을 준수해 주세요. 위 정보는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글 : 양자영 /사진 : 양자영, 빅히트뮤직 제공
출처: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장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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