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연대 성명-재벌의 방송장악 음모를 규탄한다 |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재벌들의 실력행사가 갈수록 가관이다. 재계가 대선 국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고, 차기 정부에도 자신들의 근거로 삼으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사회적 조류가 우리사회의 양극화, 공공영역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현실에서 묵과할 수 없는 재계의 탐욕스런 규제완화 주장에 우리는 분명히 반대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7일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 규제개혁추진단에서 작성해 정부에 제출한 ‘규제개혁 종합 연구 보고서’는 현행 각종 규제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1664건의 정부 규제의 폐지(516건) 및 개선(1148건) 사항을 담고 있는데,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규제완화의 배경을 설명했지만 엄밀히 말해 재벌과 특정 계층의 호주머니를 채워 줄 ‘그들만의 삶의 질’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다.
한경원의 보고서는 ‘방송 통신 미디어부문’에서 현재 방송법과 규제제도를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 KBS1, MBC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지상파방송의 민영화 추진 ▶ 방송·신문 교차소유를 금지하는 현행 규제 완화 ▶ 대기업의 방송, 뉴스부문 진출 허용을 통한 경쟁 활성화 ▶ 방송광고 시장에 있어 독점 철폐 및 경쟁 도입 ▶ 주파수 관리정책에 있어 주파수경매제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경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지상파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이 중에서도 KBS와 MBC 양대 공영방송의 비중이 높다"며 "KBS 1TV, MBC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지상파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그 자리를 지상파방송보다 훨씬 더 저급한 콘텐츠로 채워가는 유료방송이 점유해 가고 있다.
공공서비스로서 존재하는 지상파방송의 영역이 급격히 붕괴했을 때 시장이 어떻게 공공서비스를 담당할 수 있는 지 근거를 제시해야 규제완화론 혹은 규제철폐론은 타당성을 갖게 된다. 규제를 완화했을 때 적어도 현재보다 더 나은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서 규제완화론은 재벌의 탐욕스런 억지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와 대기업의 미디어부문 진출 역시 수십 년 간 재계와 이들을 지지하는 성향의 신문사들이 주장해 온 바다. 이날 한경원의 보고서 내용 가운데 “신문·방송 겸영 금지 풀어야”라는 대목만 부풀려 보도한 언론사가 다름 아닌 KBS2 민영화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중앙일보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그 숨은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한경원이 보고서에서, 방송광고시장의 독점철폐를 주장한 것 즉 민영미디어렙의 도입은 당장 규제완화라는 차원에서 접근해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앞서 말한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간의 유·무료 방송시장의 획정과 지역방송, 공공·공익채널까지 포함한 방송산업과 방송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방송은 산업이기 이전에 문화이고 시장의 효율성보다 공공과 공익의 가치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주파수 경매제 도입은 공공재로서 주파수의 사회적 역할을 축소하고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휩쓸려 경제적 가치로만 재단되는 비극을 낳을 것이다. 한경원이 주장한 주파수 경매제 역시 거대 자본이 막대한 자본을 이용해 경쟁적인 사업자들의 진입을 봉쇄하고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 한편으로 과열된 주파수 확보 경쟁에서 사용된 과도한 비용으로 ‘승자의 저주’로 인한 서비스 지체현상도 불러올 수 있다. 자선사업가가 아닌 한, 낙찰 사업자들은 지불한 경매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그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정보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전경련은 대선 국면을 틈타 노골적인 수법으로 규제완화를 주장하면서 재벌들의 배를 채우겠다는 야심을 버려야 한다. 재벌은 규제완화를 통한 효율성 증대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재벌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할 방안은 무엇인 지 함께 사고하길 바란다. 우리는 향후 대선결과나 시류에 상관없이 시민사회와 수용자의 공익과 공공의 이해를 위해 싸워 나갈 것이다. 전경련이 이 같은 보고서를 내놓고 시민사회와 수용자를 협박하는 태도에도 결연히 맞서 대응해 나갈 것임을 밝혀 둔다. 또한 이를 옹호하고 비호하는 정치세력도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고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