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연합 논평-생태는 없고 인기만 쫓는 청계천식 복원의 확산 |
올 10월 1일이면 청계천은 완공 2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5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계천을 찾았고, 청계천에서 봄에 피는 매화와 가을의 사과나무는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풍경으로 단골 기사가 되었다. 이렇게 청계천이 서울시민의 큰 호응과 관심을 얻자 많은 지자체에서는 앞 다투어 청계천식 하천복원을 진행하거나 계획 중에 있다. 그러나 본래 하천의 모습보다는 인공 수로에 가까운 형태가 된 청계천은 제2, 제3의 청계천을 만들어내며 또 다른 정치적 이용 공약으로 떠올라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청계천이 완공되었을 때 청계천이 타 지역에서 하천복원의 모델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해 가장 크게 우려했었다. 완공 2주년을 맞는 지금,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청계천식 복원을 답습하는 하천공사들이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의 반포천과 홍제천, 당현천, 대구 신천, 광주천, 대전천, 창원 남천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청계천처럼 전기로 끌어올린 물이 상류에서 방류되어 직강화 된 콘크리트 수로를 거의 일정한 유속으로 흐른다. 이러한 형태는 생물 서식에 적합하지 않다. 실제로 서울환경연합 하천위원회가 2005년부터 3년 동안 7개 분야의 청계천 생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적으로 열악한 생물상과 붕어 등 오염에 내성이 강한 종들이 우점종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청계천이 하천 생물을 위한 서식처가 아닌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되면서, 완공 이후 2년 동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계단식 호안 형태와 합류식 관거는 잇따른 물고기의 떼죽음으로 이어졌으며, 인공적으로 조성된 적당한 유속과 청계천 주변에서 유입되는 풍부한 영양염으로 인해 하상의 부착성 조류들이 주기적으로 크게 번성하였다. 또한 아직 건강한 먹이사슬이 형성되지 않은 청계천은 쥐와 같은 몇몇 종의 우점화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점들로 빚어진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청계천은 결코 하천 복원의 모범적인 모델이 아니며 생태하천으로의 복원도 아니다. 이러한 청계천의 부정적인 측면을 무시한 채 또한 지역의 하천특성을 고려하지도 않은 채 청계천식 하천복원을 모방하는 것은 토목적 하천 정비의 관행과 행정적인 무지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서울환경연합은 오는 10월 4일(목)에 청계천 완공 2주년을 맞아‘누구를 위한 청계천인가’를 주제로 현재 하천 복원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생태하천복원의 방향 모색을 위한 심도 있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대응과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