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유발 단백질의 구조 규명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저널에 관련 논문을 게재했던 국내 연구진이 또 다른 패혈증 유발 단백질의 구조 및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 연이어 같은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게 되었다.
한국과학기술원 (KAIST) 화학과 이지오 교수(42) 연구팀은 지난 7일 패혈증을 유발하는 단백질인 TLR4-MD2의 구조를 밝혀낸 데 이어, 이번에는 또 다른 패혈증 유발 단백질인 TLR1-TLR2 복합체의 구조 및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하였다고 밝혔다.
과학기술부 지원을 받는 프로테오믹스 사업(단장: KIST 유명희)과 분자및세포기능디스커버리 사업(단장: KAIST 유욱준)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본 연구는 패혈증 치료제 개발과 선천성 면역연구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저널 ‘셀 (Cell)’은 패혈증 유발 단백질 구조 규명에 관한 두 논문을 지난 7일과 21일자에 연이어 게재하였다.
선천성면역은 우리 몸에서 세균 및 바이러스감염에 대한 일차적 방어를 담당하는데, 연구팀은 선천성면역 체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TLR 단백질 구조 세 개를 연달아 규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TLR 단백질 복합체가 패혈증을 유발하는 기작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크게 선천성면역과 적응성면역으로 분류될 수 있다. 적응성면역은 백신 주사나 감염을 통하여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 병원체에 대해서는 강하고 효과적인 반응을 보여주는데 반해 새로운 감염에는 무력한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하여 선천성면역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가지고 있는 방어 기작으로 새로운 종류의 병원균에도 빠르고 효과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이러한 선천성면역의 주역이면서 선천성면역과 적응성면역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바로 TLR 수용체 단백질들이다.
TLR 단백질들 중에서 특히 TLR4와 TLR2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TLR4 단백질은 그람음성균에 대한 선천성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반하여, TLR2 단백질은 TLR1이나 TLR6 단백질과 협력하여 그람양성균에 대한 선천성 면역반응을 보여준다.
한편, 선천성 면역이 미약하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지고, 지나치면 패혈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패혈증은 높은 발병률과 사망률을 가진 질병으로 효과적인 치료제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지오 교수 연구팀은 자체 개발기술인 "융합 LRR 기술(Hybrid LRR technique)"을 이용하여 TLR1-TLR2-지질단백질 복합체구조를 규명하였는데, "융합 LRR 기술"이란 구조를 알고자 하는 타겟 단백질에 다른 LRR 단백질을 융합하는 기술로, 타겟 단백질의 생산 양을 구조연구에 충분하도록 증가시키고, 동시에 단백질의 결정화가 잘 이루어지도록 하여 X-선 결정법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 분석을 용이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이번에 밝혀진 TLR1-TLR2-지질단백질의 복합체 구조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박테리아 지질단백질이 면역세포 표면에 결합함으로써 TLR1과 TLR2 복합체 형성을 유도하게 되고, 이 복합체 형성이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는 것을 규명하였는데 이번 연구는 선천성 면역 체계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로써, 선천성 면역 체계에서의 신호 전달 메커니즘 이해와 신약 개발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융합 LRR 기술" 효용성의 좋은 예가 되었는데, 연구진은TLR4-MD2 복합체 구조 연구에 사용되었던 이 기술이 TLR1과 TLR2 단백질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다른 질환관련 단백질 구조연구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