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정상, 우리가 철로를 통해 북한을 지나 러시아를 거쳐 유럽에 닿는 미래가...
사랑과 우정의 외교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지난 밤, 우리 국민들은 분투 끝에 패배한 경기로 쉽사리 잠들 수 없었다. 경기 직후 담담한 모습의 사령탑과는 달리 전방을 누빈 선수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우리가 한국축구에 기대하는 성적이 2002 월드컵 때와 같을 수 없다. 상대방을 질리게 만드는 철통같은 수비와 골문을 파고드는 집념에 찬 공격을 보여주는 것. 지더라도 결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감독과 선수들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다.
어제 경기는 19년 만에 이루어진 대통령 내외의 러시아 국빈방문 마지막 공식 일정이기도 했다. 2박4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역동하는 동북아정세를 감안한 지략이 돋보이는 방문이었다.
손익계산으로 점철된 외교가 아니라 관계를 만들고 신뢰를 쌓는 동시에 사랑과 우정을 남기는 따뜻한 외교가 펼쳐졌다. 한-러 정상외교는 물론,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라는 새로운 청사진도 제시됐다.
한-러 정상은 분단으로 섬이나 다를 것 없었던 우리가 철로를 통해 북한을 지나 러시아를 거쳐 유럽에 닿는 미래가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곧 마주할 현실임을 확인하고, 관련한 협력은 물론 굳건한 한-러 관계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남북을 둘러싼 관련국들의 이해와 협조가 수반되어야 한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고, 셈법 또한 천차만별이다. 모두가 감수할 수 있을만한 양보와 모두가 만족할만한 선물을 마련하는 일이 결코 쉬울 수 없다.
국민들이 지도자에게 바라는 것은 완벽한 해결사의 모습이 아니다. 인판티노 피파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극찬한 바와 같이 ‘추구하는 가치가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열성과 집요함’을 국민들은 원한다.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독일과의 경기가 남아있다. 승패를 떠나 열성과 집요함으로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장병호champb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