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 <천년학>. 단성사 단관 집계만으로 120만 관객을 기록했던 <서편제>의 주인공 ‘동호’와 ‘송화’의 또 다른 이야기가 애틋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천년학>은 임권택 감독의 노련한 손끝에서 탄생된다는 점에서 그 완성도에 신뢰를 갖게 한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조재현과 오정해라는 대목은 영화에 대한 확신을 더하게 한다. 배우들에겐 이번 <천년학>에의 출연이 말 할 수 없는 자부심과 감격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때문에 콘트라스트 짙은 연기파 배우 조재현과 단아한 한국 여인상의 대표 오정해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당연한 것.
조재현, 숙소에서 쫓겨나도 내겐 <천년학>뿐!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인상적이고 개성 넘치는 연기로 사랑받아온 배우 조재현. <천년학>에서 조재현은 사랑하는 송화를 찾아 떠도는 동호 역을 맡아 배우로서 가장 성숙하고 절제된 연기를 선보인다.
조재현은 극중 명고수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북을 연습하다 숙소에서 쫓겨날 뻔 하는 등 혼신의 힘을 다했다. 결국 손에 물집이 잡힐 만큼 연습을 거듭한 결과, 영화 <천년학>속에서 대역 없이 오정해와 판소리계의 대부인 송순섭님의 판소리에 북장단을 맞춰내었다.
조재현은 1년에 걸쳐 진행되는 <천년학>의 촬영을 위해 다른 작품에는 일체 출연하지 않고 오직 동호로만 1년을 살았다. 오로지 사랑하는 여인을 향하는 조재현의 안타까우면서도 애틋한 행복감이 뒤섞인 그의 표정은 <천년학> 전체를 가득 채우며 보는 이의 가슴을 시리게 할 것이다.
말 그대로 뼈와 살을 깎는 노력으로, 오정해!
임권택 감독의 프리마돈나 오정해는 임권택 감독에 4번째로 출연하게 되는 행운을 안았다. <서편제>의 송화를 연기한지 14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변함없이 단아하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는 송화로 돌아온 것. 송화는 동호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한 소리로 노래해내며,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강인함과 열정을 지닌 예술가이다.
<천년학>에서 18살 소녀 역을 연기해내야 하는 만큼 다이어트는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오정해는 너무 굶은 나머지 결국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된다. 병문안을 온 임권택 감독은 오정해에게 걱정의 말을 전했지만 내심 갸름해진 얼굴 선에 흐뭇해했다고. 그 동안 사랑, 결혼, 어머니라는 과정을 거쳐온 그녀는 세월만큼이나 더욱 깊고 풍부한 연기를 펼쳐 보인다. 듣는 사람을 끌어 당기는 흡인력 있는 목소리로 동호와 송화의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해 낸다.
가슴 아픈 사랑도 눈이 먼 슬픔도 소리(唱)에 담아낸 여자 ‘송화’ 와 그녀를 사랑해 북을 배우고,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남자 ‘동호’의 아름답고 깊은 사랑 이야기 <천년학>. 조재현, 오정해 두 배우의 가슴 시린 연기는 오는 4월 12일 확인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