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오랜 투병 생활로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신장을 이식 받아야 할 정도로 악화된 건 모르고 있었습니다.”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부모에게 신장을 기증하기로 나선 자매가 있어 주위를 감동시키고 있다.
S반도체에서 근무하는 조지연(22)·지선(21) 자매가 그 주인공.
이들 자매는 10여년 전부터 만성신부전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버지 조창문(54·전남 보성군 보성읍 주봉리)씨와 어머니 전순복(40)씨에게 신장을 기증하기로 최근 결심했다.
아버지 고씨는 1995년 고철 수집을 하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청각 장애와 함께 만성신부전증을 앓게 됐다.
어머니 전씨는 남편 병원비, 네 자매 학비,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녹차 밭과 식당, 고철 수집, 노점상 등을 전전하다 2002년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았다.
이들 부부는 이후 증세가 악화되면서 각종 합병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졌다. 신장 이식만 받으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식 신청을 했으나 자식들의 앞날을 걱정해 네 자매에게는 이 사실을 숨겼다.
고교 졸업 뒤 취직해 집을 떠나 있던 두 자매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동생들과 상의, 주저 없이 지난달 말 조직 검사를 받았고 자신들의 신장 조직이 부모와 일치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둘째 지선씨는 “하루라도 빨리 수술해 부모에게 새 생명을 안겨주고 싶다”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예전처럼 단란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직장생활도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전씨는 “자식들이 선뜻 신장을 떼어주겠다는 말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수술이 끝나면 건강한 모습으로 자식들과 행복하게 새 삶을 살겠다”며 결국에는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조씨 부부는 병원 측이 빨리 수술해야 한다는 충고에도 입원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장애수당 등으로 매월 지원 받는 40여만원이 수입의 전부여서 4000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