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 백령도 연화리 서남방 2.5km 해상. 승조원 104명을 태우고 통상적인 경계임무를 수행하던 천안함이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피격됐다. 어뢰 폭발로 선체가 두 동강 나면서 46명의 장병들이 전사했다.
어느듯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 한반도는 3년전과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 이후 위협적인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는 등 도발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
천안함 피격 3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충남 태안반도 격렬비열도 서방 해역에서 펼쳐진 해군 2함대 해상기동훈련에서 해군 주력 초계함인 진해함이 폭뢰를 투하하자 물기둥이 치솟고 있다. |
실전 방불케 한 해상기동훈련…북 도발 어림없다
이런 가운데 해군이 천안함 3주기를 맞아 25일 서해상에서 대규모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오전 9시 해군 2함대 소속 해군 함정들이 적 도발에 대비한 훈련을 위해 천안함의 모항인 평택 2함대를 출항했다.
구축함인 양만춘함을 선두로 호위함 전남함, 천안함과 구조가 같은 초계함 진해함·영주함·공주함, 유도탄 고속함 서후원함, 고속정 5척이 함께 참가했다.
이날 해상의 파도는 2m 이상으로 높았다. 진해함 함교로 거센 파도가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사정없이 흔들어 댔다. 함교에 자리하고 있는 굳은 표정의 장병들은 말이 없었다.
|
천안함 폭침 3주기를 하루 앞두고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서방 해역에서 해군 2함대 해상기동훈련이 실시된 25일 진해함 함교에서 장병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
“총원 전투배치!”
오후 2시 30분 충남 태안반도 격렬비열도 서쪽 15km 해상. 가상의 적을 포착하자 진해함의 함장 김준철 중령이 전투준비 명령을 내렸다. 함 내에 “실전상황”이라는 방송이 울려펴지며, 비상벨이 급박하게 울렸다.
함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장병들은 1분도 채 안돼 방탄구명복과 방탄모를 착용하고 재빠르게 자신의 위치를 찾아갔다. 전투배치라는 장병들의 복명복창이 함정에 울려펴졌다.
상비탄약고에서는 76mm 주포의 탄약이 장착되고 시속 25㎞로 서행하던 진해함의 속도는 가파르게 올라갔다.
함장의 사격 명령과 함께 NLL을 침범한 가상의 적 경비정을 향해 76mm 함포와 40mm 함포를 뿜어대자 화약냄새가 함교에 진동했다.
3년전 그날의 분통함을 토해내 듯 일제히 불을 뿜었다. 가까이 접근한 적에게 K6 기관총이 응징에 나섰다. 3·26 기관총으로도 불리는 K6 기관총은 천안함 전사자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인 윤청자 여사가 기탁한 성금으로 2함대 소속 초계함에 장착됐다.
|
천안함 피격 3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충남 태안반도 격렬비열도 서방 해역에서 열린 해군 2함대 해상기동훈련에서 진해함 장병들이 전투배치 훈련을 하고 있다. |
우리 해군 함정의 포 세례에 적함이 격파되자, 이번엔 수중에서 은밀히 기동중인 적 잠수함이 전투함의 소나에 탐지됐다. 곧바로 대점전투 대형으로 전환됐다.
함장이 “폭뢰 투하!”라고 명령을 내리자 진해함과 인근의 영주함, 공주함에서도 동시에 폭뢰가 투하됐다. 수류탄 1000개의 화력과 맞먹는 MK-44 폭뢰가 투하되고 6.8초 후 강한 폭발음과 함께 20~30m의 물기둥이 여러 개 치솟았다. 적 잠수함은 그대로 서해 바다에 수장됐고 진해함은 성공적으로 가상적을 격퇴했다.
김준철 함장은 “우리는 지난 3년동안 적개심을 불태우며 절치부심하면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왔다”면서 “만약 적이 또 다시 도발하면 그 자리에서 수장시켜 다시는 도발 엄두를 내지 못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
25일 충남 태안반도 격렬비열도 서방 해역에서 펼쳐진 해군 2함대 해상기동훈련에서 진해함 장병들이 상비탄약고에서 76mm 주포 탄약을 장전하고 있다. |
전력·장비 보강 대잠전 능력 향상…강력한 응징태세 확보
이날 훈련은 북한의 해상 침투에 대한 대응이었다. 해군은 천안함 폭침 후 대잠전력을 보강하고 교육훈련을 강화해 왔다. 북한 잠수함의 어뢰공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중의 잠수함 소리를 식별, 어뢰공격을 회피하는 어뢰기만기(TACM)를 초계함급 이상 전 함정에 배치했다.
수상함·잠대지 미사일을 장착해 도발원점은 물론 지휘·지원세력까지 격멸할 수 있는 타격능력도 구축했다. 연안 방어능력 강화를 위해 차기 호위함 인천함을 지난 1월 인수해 전력화를 앞두고 있다.
또 해군은 2020년까지 20여척의 인천함급 호위함을 도입해 기존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력보강에도 불구, 대잠작전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한반도 주변 해역은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이라 잠수함 탐지 음파가 물 속에서 굴절되거나 소실돼 잠수함을 100%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25일 오전 충남 태안반도 서방 격렬비열도 서쪽 해상에서 해군2함대 기동훈련이 열린 가운데 해군 초계함이 바다를 가르며 항해하고 있다. |
해군본부 전력처장 윤정상 준장(해사 38기)은 “노후 음파 탐지기 부품 교체, 대잠항공기 성능 개량, 어뢰음향 대항장비 보강 등의 후속조치를 했지만 북한 잠수함을 탐지·공격하기 위한 전력보강은 미미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상함, 잠수함, 항공기로 구성된 적정 수의 입체 전력을 기반으로 잠수함을 ‘탐지-식별-공격’하는 통합 대잠전 수행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특히 함정과 항공기 전력의 증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해함의 선실 통로 곳곳에는 천안함의 사진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표어가 붙어 있다. 장병들은 이를 지켜보며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전우와 국민의 희생을 기억하고 적과 싸워 승리함으로써 이를 기필코 되 갚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진해함 음탐사 김현 중사(부사관 204기)는 “적이 도발하면 처절히 응징해 반드시 승전가를 울리며 함대로 복귀하겠다” 며 “제2의 천안함 사건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 단언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
천안함 피격 3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충남 태안반도 격렬비열도 서방 해역에서 펼쳐진 해군 2함대 해상기동훈련에서 진해함의 한 장병이 목표 타격지점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