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취임사 전문
존경하는 송민순 장관님,
그리고 외교통상부 동료 여러분
우선 업무가 산적한 가운데 아프간에서 일어난 피랍 사건으로 연일 애쓰시는 장관님과 관련부서의 동료직원 여러분께 충심으로 성원의 뜻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을 때까지 분투해주십사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후, 많은 단체와 모임에서 요청이 있어서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강연회 등에 많이 가 보았습니다. 규모가 큰 곳은 3-400명 정도의 청중이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최근에 많은 사람 앞에 서는 일에 제법 익숙해 진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오늘 평소 얼굴을 맞대면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 앞에 서고 보니, 단상에 섰다는 사실은 같습니다만, 무사히 끝낸 일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과 또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와 포부를 말씀드리는 자리가 되어서 솔직히 무거운 책임감부터 느끼게 됩니다.
참여정부의 임기를 착실히 마무리하여야할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되어, 위로는 대통령님과 정부의 각료들, 보다 가깝게는 장관님의 뜻을 잘 헤아리고, 동료 여러분과도 긴밀히 협의해 가면서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제 생각의 일단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외교부의 업무영역이 날로 넓어지고 또한 분야별로는 보다 깊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외교부라는 조직의 측면에서나, 외교관이라는 직업의 특성에서 보나 어떤 사안을 보는 데에 있어서 넓이와 깊이, 어느 것 하나 등한시 할 수 없습니다. 넓게 보되 깊이가 없다든지, 한 분야만 깊게 파고들지만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외교 또는 보다 좁은 의미에서 대외교섭의 integrality를 완성할 수 없다고 봅니다.
통상교섭본부가 창설된 지 내년이면 10년이 됩니다. 외교부 내의 정무part와 통상part가 interaction을 강화하여 지금도 넓지만 보다 넓게 또 지금도 깊지만 보다 깊게 업무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넓게도 보지만 분야와 issue에 따라서는 깊게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 외교부의 강점입니다. 이러한 강점을 백분 살려 나가야겠습니다. 이것은 장관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부서간 또 직원간 화학적 결합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우리부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조직의 특성과 구성원들의 소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점을 장점으로 살려가는 자세와 노력을 계속 함께 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업무 추진을 위한 주변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참여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이에 따라 정부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쉬운 때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공무원들이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업무의 중심을 잡아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직원 개개인별로 즐겁고, 업무의 구체적 성과를 통해서 성취감을 느끼고 또 그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보람 있는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누가 가져다 줄 수 있는 떡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업무관리, 시간관리, 자기관리를 통하여 추구해야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첫 번째로 드리고자 하는 말입니다.
두 번째, 교섭본부의 진행중인 업무와 관련해서, 전임 김현종 본부장께서 선진통상국가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수단으로서 FTA를 적극 추진해왔고, 많은 성과를 이룩하셨습니다. 교섭이 타결된 한미FTA의 국회 비준 동의와, EU, 캐나다, 인도, 멕시코, ASEAN 등과의 진행중인 교섭에도 진전이 있어야겠습니다.
진행중인 교섭의 성공적인 추진과 함께 또 하나 중요한 일은 이미 발효된 FTA에 대해 상대국과의 협상의 결과물인 협정이 실제로 이행되어 나타나는 현황을 잘 모니터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교역 동향과 추세를 정기적으로 follow-up하여 우리나라가 당초 협정을 맺기로 결정하였을 때에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는지 또는 제도상의 손질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상대국이 이행을 소홀히 하는 부분들은 없는지 살피고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어야 합니다.
셋째, 우리나라의 통상정책은 명백히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주어진 정책의 방향을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국민들에게 제시할 것이 아니고 통상정책의 입안, 수립, 이행의 과정에서 국민과 업계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수렴, 반영하는 일이 정착되도록 해야겠습니다.
보다 큰 그림으로서는 앞으로 경제·통상외교는 교역과 투자 장벽을 낮추고 시장 개방의 폭을 넓혀가는 conventional한 영역은 물론이고,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굴, 원자재 등 자원의 확보와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에 이르기까지 미래에 지식과 기술에 기반을 둔 고부가가치형 경제를 이룩할 수 있는 분야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넷째, 통상교섭의 많은 이슈들은 국내의 실물경제 전반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통상교섭본부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유관부처와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교섭의 종국적 목표는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므로, 시각을 달리하거나 다소간의 이견이 있는 부분을 원만히 정리해내고 대외적으로는 일사분란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평소 관계부처와의 원만한 의사소통과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관리해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경제부처와 업무상 연계가 많은 교섭본부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이 점을 각별히 유의하여 업무에 임해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몇 가지 말씀드렸습니다만, 사실 저는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장관님을 비롯하여 본부와 재외공관의 동료 직원들의 많은 지도와 협조를 부탁드리고, 재임기간 중에 열과 성을 다해 업무를 수행해나가고자 하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서 취임의 변에 갈음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