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성명-부산시와 인천시는 영어 도시 만들기를 당장 그만두라 |
지난 7월 16일 부산시와 부산시 교육청은 2020년까지 2700억 원을 들여서 "국제 도시 부산에 걸맞게 학생들이 해외 연수를 가지 않고도 영어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영어 도시 환경을 만들겠다."라고 발표한 데 이어서, 7월 23일에는 인천시와 인천시 교육청이 ‘영어가 자유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오는 2014년까지 2336억원을 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교육인적자원부와 함께 지방자치단체까지 지나친 영어 섬기기 계획을 세우는 것은 엄청난 교육 낭비이며 ,우리말과 얼을 짓밟는 결과를 낳게 할 어리석은 정책임을 밝힌다.
지난 6월 28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말하기를, 경기 영어마을의 재정자립도는 2006년 25%에서 올해 1~5월 동안 77%가 되었다고 하였다. 이처럼 영어에 엄청난 예산을 들인 것에 견주어 효과가 적고, 적자 운영함으로써 이미 실패한 사업임이 밝혀졌다. 그래서 영어 마을 사업을 그만둬야 할 판에 거기다가 더해 수천억 원을 들여서 영어 도시까지 만든다는 것은 또 하나의 예산낭비고 우스꽝스런 헛꿈일 뿐이다. 결국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영어 사업이다.
이미 영어로 된 책을 얼마든지 살 수 있는데 영어 전용 도서관을 세우는 것도 쓸 데 없는 일이다. 시민들에게 '영어 100문장 외우기'를 강요하는 것은 왕조 시대나 군국주의 체제의 동원령 아래서나 나올 법한 망발이다. 행정가가 스승 노릇까지 하려 해서는 안 된다
“영어의 두려움을 없애려면 재미있게 영어를 쓸 곳이 많아야 한다.”는 주장은 일반 국민에게 영어가 현실에서 거의 필요가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꼭 영어가 필요하지도 않은 시민 모두에게 영어를 강요하기보다 영어 번역과 통역 전문가를 양성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집중 교육 지원을 하는 게 더 효과가 크고 얻는 게 많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영어를 모두 아는 것도 아니다. 일반 시민이 영어를 못해서 외국 관광객이 덜 찾고 국제도시가 안 된다는 생각은 순진한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관광공사의 2006년 한국 방문객 통계에 따르면 비영어권 국가인 일본 중국 동남아 방문객이 68.3%에 이른다. 이른바 길거리 영어 회화 능력은 관광객 증가나 선진국 되기와 아무 관계도 없다. 영어만 알면 모든 나라에서 모든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가. 말이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통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가 초·중등학교 여섯 곳에서 실험 중인 영어 몰입 교육은 사실상 모국어 잊어버리기 운동이고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영어 도시 만들기는 우리말을 짓밟고 우리 문화 정체성을 위협할 위험한 정책으로서 영어 식민지, 문화 식민지로 만들 것이다. 지나친 영어 사업 투자는 국민 경제와 국어 교육을 어렵게 만들고 영어 습득에도 피해를 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나친 영어 교육열에 우리 말글살이가 병들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어에 투자하는 절반이라도 우리말을 바르게 쓰고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들여라. 모든 외국어와 학문을 잘 배우고 가르치는 데 모국어는 상위 언어이며 우리 문화와 하나를 이루며 우리 얼을 담는 그릇이다.
우리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지방자치단체까지 지나치게 영어 교육에만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는 것은 국민 경제와 국어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잘못된 정책이다. 영어 도시 만들기 계획을 당장 철회하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