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커피 재배 한다구요?
국내 첫 커피 농사꾼 노진이 씨“ 제주 커피 맛보러 오세요”
“아직 수확량이 많지는 않지만, 우리 커피의 경쟁력은 신선함과 고품질이에요. 아열대 기후인 제주는 겨울 석 달만 제외하곤 원산지만큼 재배 적지거든요.”
지난 10월 제주시 삼양2동 자신의 커피농장에서 제1회 제주커피축제를 열었던 노진이(42) 씨는 “제주산 커피를 사랑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지만 그만큼 어깨도 무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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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무를 제주도 땅에 뿌리내리게 한 노진이 씨는 10년 후 제주를 세계적인 커피 여행 관광지로 만들고픈 꿈을 갖고 있다. |
커피축제에선 특히 제주커피농장에서 생산한 커피가 10퍼센트가량 첨가된 블랜드 커피를 내놓았는데, 다른 커피들에 비해 유난히 인기가 좋고 반응이 뜨거워 다시 한 번 제주산 커피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노 씨는 “지금은 수확량이 적지만, 앞으로 제주산 커피의 비중을 점점 높일 것”이라며 “제주산 커피의 맛이 뛰어나고 제주도에서도 커피가 생산된다는 것을 알린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커피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현재 5천6백여 제곱미터의 땅에 직접 파종하거나 배양한 아라비카종 커피나무 2만5천 그루를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 관상용으로 팔기 위해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곳은 있지만 원두를 생산할 목적을 가진 사람은 노 씨가 처음이다.
미혼의 ‘처녀 농사꾼’인 노 씨는 ‘직접 재배한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욕심에 커피 농사를 시작했다. 국내 최초인 만큼 모든 것이 도전하고 개척하는 과정이었다.
새벽 5시 30분, 오후 7시 두 차례에 걸쳐 서너 시간 동안 물을 줘야 하고, 태풍이 왔을 때는 한밤중에 쓰러진 화분을 세우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다. 커피나무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매일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때에 맞춰 영양제를 주는 등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커피 열매들이 제대로 익지 않는 것이 요즘 그의 최대 고민이다.
“10년 후에는 제주에 커피 기후생태박물관 만들 거예요”
하지만 가을이 깊어가면서 커피나무에서 빨갛게 익어 가는 모습이 체리와 비슷해 ‘커피 체리’라고도 불리는 커피 열매들을 조금씩 거둬들이고 있다. 이번 수확기에는 제주도민의 10퍼센트가 마실 수 있는 양의 커피를 수확하고 앞으로 1, 2년 안에 대량 수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2월 제주시 외도동에서 삼양동으로 농장을 옮긴 그는 앞으로 농장, 교육 및 체험장, 시음 장소를 분리해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커피나무가 자라면서 고민도 함께 커졌지만, 작업 자체가 신나는 데다 나이가 들어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크다”며 웃었다.
“제 꿈은 10년 후 어머니의 고향인 제주에 커피를 주제로 한 기후생태박물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주도의 커피나무를 보려고 전 세계 사람들이 산지 여행을 올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25도 이내 ‘커피 벨트’에서만 자란다는 커피나무를 제주도 땅에 뿌리내리게 한 여자, 석유에 이어 세계 무역량 2위를 차지하는 커피시장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낸 노 씨의 눈빛이 안경 너머 빛나고 있었다. (자료제공: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