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한강사업본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장 역사가 기록된 여의도나들목을 비롯해 원효대교 하부 교각, 압구정나들목 등 한강공원 곳곳에 숨겨진 재미있는 볼거리를 소개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여의도나들목에 국내 최초의 비행장이 있었던 여의도의 역사를 담아 ‘여의도비행장 역사의 터널’로 재단장했으며, 원효대교 하부 교각은 여의도한강공원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사람의 표정을 담은 각양각색의 타일로 장식했다.
또한 지난해 7월 재조성된 압구정나들목은 기존 벽면에 그려져 있던 그래피티를 보존해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비행장 역사를 간직한 여의도한강공원 ‘여의도나들목’>
현 여의도한강공원은 과거 여의도비행장이 위치했던 곳으로 해방 후 김구 선생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 귀국하려다 잔류 일본군들의 저지로 입국이 저지되었던 곳이며, 또한 1922년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이 직접 조립한 단발 쌍엽기 금강호를 타고 당시 서울시민수의 6분의 1인 5만여 명의 서울시민 앞에서 시범비행을 보여 “떴다, 보아라, 안창남 비행기”라는 유행어가 생기기도 했던 역사문화적인 장소다.
여의도비행장은 1916년 3월 간이착륙장으로 개설, 1929년엔 일본~한국~만주를 잇는 항공수송의 요지로서 확장되었으며, 1953년 국제공항으로 사용되다 여름철 장마 침수로 1958년 김포공항으로 국제공항이 이전한 이후, 공군기지로만 사용되다 1971년 2월 폐쇄되었다.
여의도한강공원은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절,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에게 자랑거리였고 희망의 상징이었던 안창남을 기억할 수 있기에 안창남 기념공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으로, ‘여의도비행장 역사의 터널’을 통해 1세기가 지나기도 전 잊혀져가는 소중한 역사를 기록해 두고자 지난 4월 재단장을 실시했다.
안창남 기념터널 명판과 함께 안창남의 활동 당시 모습들을 담은 이미지를 라이트패널로 제작하여 부착했을 뿐만 아니라, 내부에는 상징물들의 형태만을 나타내는 채널간판 형식으로 비행기 조형물을 제작해 부착함으로써 조형물의 영구성을 기했다.
이와 함께 너른들판에는 안내사인(택시웨이 사인)과 윈드콘(풍향계)을 추가로 설치하여 비행장의 이미지를 확대시켰다.
여의도나들목은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서 나와 마포대교방향으로 100M정도 걸으면 빛의 폭포 카페 옆에서 만날 수 있다. 또는 여의도공원과 직접 연결되므로 도보로 쉽게 만날 수 있다.
<나를 닮은 듯, 그를 닮은 듯 ‘원효대교 교각 얼굴표정 아트타일’>
여의도한강공원 원효대교 남단 아래를 지나다보면 다른 교량들과는 조금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얼핏 보면 기하학 문양의 그림을 그려 놓은 듯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타일 조각에 각기 다른 얼굴 표정이 그려져 있다.
크고 작은 눈, 길쭉한 코, 조그마한 입 등 나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길을 지나는 사람을 닮은 것 같기도 한 친근한 타일이 약간은 우스꽝스럽고 익살맞게 그려져 교각을 둘러싸고 있다.
한 기둥마다 200여개 이상의 각양각색 타일로 꾸며진 원효대교 하부공간은 과거 어두컴컴해 지나가기 꺼려지던 다리 밑이 아닌 재미있으면서도 시민들이 햇볕·비를 피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었다.
특히 세라믹 재질의 아트타일은 반영구적이면서 깨끗하게 보존돼 지나가던 시민들이 닮은 사람을 찾아보며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사한 원색으로 한강공원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려준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한강에 있는 교량 아래 불을 밝히고 운동기구·벤치를 설치하거나 한강공원 안의 작은 공원을 조성하는 등 종전까지 방치되어 온 공간을 시민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왔다.
마포대교 아래는 2009년 서울색공원이 조성되어 서울을 상징하는 10가지 색상으로 교각을 색칠하고 설명을 덧붙임으로써 시민들에게 보다 친근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으며 잠실대교, 동작대교를 비롯한 한강 교량 하부 14개 공간(남·북단)에 어깨유연성운동, 공중걷기, 노 젓기 등 운동기구를 설치해 한강공원을 산책 나온 시민들이 휴식과 함께 가벼운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거리의 화랑 ‘압구정나들목 그래피티’>
압구정나들목은 자유와 젊음의 상징 ‘그래피티(graffiti)’로 뒤덮여 있다. 이곳에 누가, 언제 그림을 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랜 시간을 지나오면서 잠원한강공원 또 하나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그래피티’란 지하도, 교각, 건물 벽면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리는 그림을 일컫는데 본래 의미는 ‘긁다’에서 온 단어. 1960년대 랩, 힙합을 즐기던 미국 청소년·흑인들이 거리에 있는 벽면, 지하철 등에 그림을 그리던 것이 점차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로 발전하여 현대미술의 일종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압구정뿐만 아니라 ‘토끼굴’로 불렸던 일부 나들목에도 약간의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었으나 지난해 한강공원 나들목 개선 공사를 하면서 주민들의 의견, 역사·예술성 등을 고려하여 ‘압구정나들목 그래피티’를 보존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압구정나들목 조명과 낡은 그림을 보수해 지금은 후미진 뒷골목에 그려진 낙서 느낌이 아닌 마치 벽면에 작품이 진열된 화랑을 감상하듯 지날 수 있어 입소문을 듣고 그래피티를 보려고 이곳을 찾는 시민들도 많다.
현재 압구정나들목에는 한·영문 글자조합, 귀여운 캐릭터, 인물화 등 50점 이상의 크고 작은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으며 그래피티 자체가 보여주는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뮤직비디오, 광고 촬영이 이뤄지기도 하는 등 도시 속의 또 다른 문화공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래피티 전문가 LK(32)씨는 “압구정나들목에는 전반적으로 분야의 유명한 작가들이 참여해 작품성 있고 개성이 뚜렷한 그래피티가 많다. 예전에 낙서로만 치부되었던 그래피티가 일상의 예술로 자리 잡아 대중과 소통하며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압구정나들목은 매우 의미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