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에서는 2009년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의 성과로 뉴타운조사보고서 4종과 기록영화 3편을 제작했다. 현재 서울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20세기에 대한 기억을 기록하고 저장하기 위해서 서울역사박물관이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는 현재 서울을 만들어낸 가까운 과거에 대한 충실한 기록을 목표로 도시공간의 형성 과정과 멸실되어가는 근현대 건축물에 대한 실측조사, 그리고 서울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조사지역은 북아현뉴타운(서대문구 북아현동), 돈의문뉴타운(종로구 교남동 일대), 왕십리뉴타운(성동구 상왕십리, 하왕십리동), 길음뉴타운(강북구 길음동, 미아동) 4개 지역이며, 이 중 북아현·왕십리·길음뉴타운 지역을 대상으로 기록영화를 제작했다. 보고서에는 조선시대부터 있었던 오래된 길의 흔적과 일제시기 주택, 산업화 시기 형성된 공장지대 등 도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생생한 현장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특히, ‘도시의 실핏줄'로 은유되는 골목길에 대한 기록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그동안 좁고 높은 골목길은 사라져야 할 낙후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추억의 대상이 될 만큼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공간이라는 점에서 기록의 대상으로 삼았다.
공간에 대한 기록뿐 아니라, 서울의 성장과정과 같이 걸어 온 서민들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한강에서 재배된 야채를 팔았던 야채도매상의 이야기와 전차운전수의 삶, 봉제공장 시다의 이야기, 손가락이 잘린 금형공장의 노동자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한강의 기적'으로 명명되는 압축성장에 대한 칭송 속에서 소외된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이들의 삶을 20세기 후반 한국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담기 위해서 노력했다.
더불어 보고서 속에는 사라지는 서울의 기억을 재생시키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뉴타운사업담당관의 ‘과거흔적 복원사업'과 연계하여 이상적인 제안이 아닌 실천력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북아현뉴타운의 경우에는 공공청사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정보도서관에 개발 이후 북아현의 시간과 공간을 기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소규모 도시사 박물관의 건립을 제안하였다.
왕십리뉴타운 보고서에는 주민센터가 지어지는 부지에 들어서 있는 (주) 흥아학동피복 공장건물(1939년 건립)의 남아있는 벽돌을 활용해 전시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길음뉴타운은 길음동 달동네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1156번지 일대를 실측조사하였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이 일대를 보전하여 활용하는 야외박물관 또는 실측자료를 토대로 복원 전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010년도 역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아현뉴타운, 한남뉴타운,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상가~진양상가),서촌(경복궁 서측 일대)지역을 중심으로 20세기 서울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조사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단순히 조사에 그치지 않고 근현대 도시·생활사적 물증들을 적극적으로 수집해 해당 지역의 전시관 건립에 활용하거나 서울역사박물관의 특별기획전에 전시함으로써 시민들과 서울의 20세기 역사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