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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숲 푸른 대숲’
걷고 싶은 길, 담양 죽록원~메타세쿼이아 길
등록일
2009년12월26일 00시00분
시처럼 그림처럼…‘하얀 눈숲 푸른 대숲’
[걷고 싶은 길] 담양 죽록원~메타세쿼이아 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의 아름다운 설경을 카메라에 담는 사진가들.
대나무골 담양은 언제나 상쾌하다. 사시사철 푸른 대숲의 눈맛이 산뜻하다. 울창한 대숲을 할퀴며 부는 바람도 깨끗하다. 하늘을 찌를 듯 늘어선 대숲을 자분자분 걷기만 해도 가슴 저 밑바닥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시름이 삽시간에 씻겨 내리는 듯하다. 대숲 못지않게 가슴 시원한 곳이 담양에는 또 있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손꼽히는 메타세쿼이아 길이 바로 그곳이다.
메타세쿼이아는 화석식물이다. 은행나무와 마찬가지로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백악기(1억3천5백만에서6천5백만 년 전)에도 존재했던 나무다. 화석으로만 발견됐던 이 나무는 1941년 중국 쓰촨성의 양쯔강 상류 유역에서 수천 그루의 자생지가 발견됨으로써 그 존재가 확인됐다. 그리고 1960년대부터는 가로수나 공원 조경수 등으로 전 세계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197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도 ‘전국 가로수길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시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담양군의 국도 변에 메타세쿼이아를 처음으로 심었다. 생장속도가 대단히 빠른 속성수라는 이유에서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 ‘관방제림’도 인기
오늘날 이곳의 메타세쿼이아 나무들도 수령은 30에서40년에 불과한데도 몇백 년 된 고목처럼 둥치가 우람하고 키도 크다. 게다가 메타세쿼이아는 침엽수이면서도 낙엽활엽수처럼 새잎이 돋고 낙엽이 지며 한겨울에는 가지만 앙상하다. 그래서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나목(裸木) 등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내기 때문에 다른 침엽수들과는 다른 멋을 풍긴다. 특히 눈 내린 겨울날에 가지마다 하얀 눈꽃을 피워 올린 광경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장관이다.
폭설이 내린 한 겨울에도 변함없이 푸른 기상을 뽐내는 죽록원의 대숲 길.
발길 닿는 곳곳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담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길은 순창 방면의 24번 국도 변이다. 담양읍 남산리에서 순창군 금과면 경계지점까지 8.5킬로미터에 이르는 구간이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남산리와 금월요 사이의 1.5킬로미터 구간은 아예 우회도로를 만든 다음 차량 통행을 금지시켰다. 지나치게 길거나 짧지 않은 이 구간은 걷기에도 좋고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다. 풍광도 수려해서 이미 영화 <가을로>, <화려한 휴가>, <연리지> 등의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주말과 휴일만 되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곤 한다.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큰길 하나만 건너면 관방제림의 동쪽 입구에 들어선다. 담양천의 남쪽 둑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 관방제림이다. 제방 위에 1.5킬로미터가량 늘어선 이 숲은 원래 조선 인조 때인 1648년 담양부사 성이성이 담양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처음 조성했다. 철종 때인 1854년에는 연인원 3만명의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서 지금 같은 둑을 쌓고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벚나무 등 7백여 그루의 활엽수를 심었다. 그중 현재까지 남은 것은 4백20여 그루인데, 총 1백11그루가 남은 푸조나무가 가장 많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치솟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총면적 10만2천9백21제곱미터(3만1천여 평)에 이르는 관방제림은 학술적, 역사적인 가치가 높아서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구역 내에는 1백85그루의 노거수가 자라고 있다. 그 노거수의 대부분은 수령이 3백~4백 년에 이르는 고목이다. 내력 깊은 어느 마을의 아름드리 정자나무들을 한자리에 다 모아놓은 듯하다. 2004년 산림청이 주최한 ‘제5회 전국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차지할 만큼 멋진 숲이다.
시각적으로만 멋있는 게 아니라 여느 정자나무들처럼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주민들에게 마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한다. 잠시나마 인적이 뜸한 때는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거나 대설이 내린 겨울철뿐이다. 하지만 아름드리 고목들의 둥치와 가지에 하얗게 내려앉은 눈은 한 줄기 삭풍에도 솜털처럼 가볍게 흩어져버리고 만다.
담양천을 사이에 두고 관방제림과 마주보는 성인산 자락의 오래된 대숲에는 죽록원이 있다. 담양군청이 담양향교 주변의 사유림을 매입해 2004년에 개장한 테마공원이다. 면적 16만5천여 제곱미터(5만 평)인 이 대숲에는 길이 4백40미터의 운수대통 길을 비롯해 죽마고우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등 8개의 테마 산책로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어느 길로 들어서도 자연스럽게 다른 테마의 길로 넘어가도록 동선이 꾸며져 있다. 하지만 테마별 차이는 별로 느껴지지 않고, 총 2.2킬로미터의 산책로는 막힘이 없다.
8개 테마 산책로 ‘죽록원’서 대숲 청신한 기운 담아
맹종죽, 왕대, 분죽 등의 대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죽록원에는 정자와 누각, 쉼터 등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서 죽림욕을 즐기기에 좋다. 걸음을 잠시 멈추고 정자와 누각에 걸터앉으면 대숲의 청신한 기운이 오감으로 느껴진다. 간간이 스쳐가는 대숲바람, 그 바람결에 서걱거리는 댓잎 소리, 댓잎차를 마주한 듯 진동하는 대나무 향기, 한겨울에도 시들지 않은 죽로차(竹露茶)의 푸른 잎 등이 오롯하게 보고 듣고 느껴진다. 대숲 특유의 눅눅함과 칙칙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한여름 삼복더위에도 시원하고, 비 많은 장마철에도 쾌적하다. 무질서한 야생상태의 대숲을 적당히 다듬은 덕택에 바람도 잘 통하고 눈으로 감상하기에도 좋다.
눈 내린 죽록원의 산책로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탐방객들.
담양 땅을 밟은 김에 남면 지곡리의 소쇄원(사적 제304호)도 한번 둘러볼 만하다. 조광조의 제자였던 양산보(1503~1557)가 조성한 소쇄원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조성되고 보존된 전통 원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모두 4천6백 제곱미터(1천4백평)쯤 된다. 작은 개울이 흐르고 울창한 대숲에 에워싸인 아담한 원림이다. 계곡물은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면서 작은 폭포와 소를 이룬다. 그 물길 위로는 돌담이 세워져 있고, 두어 개의 다리도 놓여 있다. 건물은 한때 10여 채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제월당, 광풍각, 대봉대만 남아 있다. 그래도 휑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건물과 자연 사이의 공간이 넉넉해서 전체 분위기가 훨씬 자연스럽고 넉넉하다.
소쇄원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마치 딴 세상에 들어선 듯한 감상에 젖게 마련이다. 그리 길지 않은 대숲 길과 산책로를 찬찬히 걸으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노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백 년의 세월을 거슬러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게다가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완벽해서 사시사철 언제 찾아가도 마음이 저절로 흐뭇해진다.
한 폭의 동양화 처럼 고풍스런 느낌을 주는 소쇄원의 설경.
◆ 여행 정보
숙박
담양읍내에는 대나무이야기(061-382-1335), 골든리버모텔(061-383-8960), 프라자모텔(061-383-3008) 등의 모텔이 많다. 그리고 담양군 금성면의 금성산성 입구에 자리한 담양리조트(061-380-5000)는 호텔, 온천, 수영장, 수목원, 커피숍, 한식당 등을 두루 갖춘 종합 휴양리조트다.
맛집
죽록원 아래 관성교 부근에 위치한 진우네국수집(061-381-5344)은 멸치국물에 말아주는 잔치국수 하나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맛집이다. 메뉴도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뿐이며, ‘약계란’으로도 불리는 삶은 계란도 국수 못지않게 맛있다. 퍽퍽하지 않고 차지며 간도 적당해서 소금 없이도 술술 넘어간다.
이 밖에도 떡갈비 전문점인 신식당(061-382-9901)과 덕인관(061-381-7881), 대통밥과 죽순요리 전문점인 한상근대통밥집(061-382-1999)과 민속식당(061-381-2515)도 담양의 대표적인 별미집으로 손꼽힌다.
가는 길
88올림픽고속도로 담양나들목에서담양공고 교차로(직진, 29번 국도)에서담양읍 교차로(좌회전)에서중파 사거리(우회전)에서신남정 사거리(좌회전)에서관성교(건너자마자 우회전)에서담양천 둔치 주차장
| 글·사진:위클리공감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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