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국세청이 압수한 인천 연수파 세금 탈루 현금과 서류들. 자료상이란 재화나 용역을 거래하지 않고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세금을 탈루하고 국가 경제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범법조직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자료상의 규모가 전국 단위의 기업형 조직으로 전문화, 대형화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초 대전지방국세청(조사2국1과)은 소위 ‘인천 연수파'라고 불린 전국 최대 규모의 석유류 자료상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인천 연수파는 2005년부터 인천과 천안 등지에서 17개의 유령회사를 세우고 전국 2백63개 주유소와 석유대리점 등에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준 뒤 발행가액의 2, 3퍼센트를 수수료로 받는 수법으로 약 4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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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국세청이 압수한 인천 연수파 세금 탈루 현금과 서류들. |
이들은 관련 업종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자 또는 자료상 경리 경력이 있는 자 등 전문인력을 확보해 자료상 조직을 결성하고, 전과자를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4, 5개의 자료상 행위 업체를 설립했다. 그리고 6개월 단위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자료상 행위를 자행했다.
대전지방국세청이 이들의 존재를 안 것은 지난해 11월. 천안지역에 2천억원대의 석유류 자료상 혐의자인 (주)J에너지가 출현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후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자료를 확보해 분석하는 한편 인터넷 접속 IP주소를 추적했다. 그 결과 천안을 비롯해 부산, 경산, 인천, 구리 등 5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료상 사업장을 적발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이들 자료상은 국세청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자료상 실행위는 인천지역에서 행하면서 사업자등록은 전국으로 광역화하고 있었다.
실효성 있는 조사를 위해 대전지방국세청은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동시에 공조를 요청했다.
대전지방국세청 조사2국1과 박영자 과장은 “일반적으로 수사기관과의 공조는 과정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조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사 착수부터 기소까지 단기간에 사건을 적극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휴일 없는 밤샘 수사…전국 최대 규모 조직 적발
수사기관과 공조하면서 국세청 12명, 검찰 8명, 경찰 10명 등 총 30여 명으로 구성된 합동수사팀이 꾸려졌다. 이들은 천안, 부산, 경산, 인천, 구리 등 5곳의 자료상 사업장을 압수수색해 17명을 긴급체포했다. 이후 구속집행기간 20일 동안 대전지방국세청 조사2국1과의 서길원 조사팀장과 3명의 팀원들은 긴급체포자 17명에 대한 심문은 물론 압수서류 20여 박스를 분석함으로써 모든 범죄 혐의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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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국세청 조사2국1과는 검찰과의 공조수사를 통해 국내 최대 석유류 자료상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왼쪽부터 박종인, 서길원(조사팀장), 도해구, 박소영. |
서길원 조사팀장은 “그 20일을 돌이켜보면 정말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수사기관이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이었기 때문에 조사반은 대전에서 천안으로 출근해야 했어요. 주인 없는 검찰청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는 것은 보통이었고, 눈 오는 날 새벽에 천안에서 대전으로 퇴근하다 위험한 상황을 겪은 팀원도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주말을 반납했고 심지어는 부모님 생신 때도 조사를 했죠.”
그 결과 대전지방국세청이 처음 조사에 착수할 때에는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총액이 1개 업체 2천억원대였던 것이 기소될 때에는 17개 업체 2조8천억원대로, 그리고 1명으로 예상했던 자료상 행위자가 최종고발될 때에는 28명으로 늘었다. 서 팀장은 “자료상 조직이 고구마줄기처럼 마구 뽑혀 나왔다”고 말했다.
기업형 자료상 조직인 인천 연수파에 대해 지난 6월 22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허위 세금계산서 교부 및 조세 포탈 등의 혐의를 적용해 13명에 대해 징역 1~4년, 집행유예 2, 3년을 선고하고 벌금 7천4백73억원을 추징토록 판결했다. 그리고 자료상 법인 7개 업체에 대해서는 6백만~7백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이번 수사는 몇가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국세청에서 자료상 조사를 실시해 검찰에 고발한 경우는 많았지만 대부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되거나 피의자가 도주해 기소중지 처리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세청과 수사기관의 공조로 큰 성과를 거뒀다.
또한 지금까지 자료상의 범법행위가 기업형으로 거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직의 전모가 발각되지 않았다. 국세청에 적발되면 당해 업체만 조사를 받아 ‘꼬리 자르기' 식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박영자 과장은 “인천 연수파 사건을 계기로 세무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자료상들에 대한 일괄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일괄 조사를 위해 자료상 조사 과정에서 나타난 실행위자, 딜러, 자료상 중개자, 회계 처리자 등에 대한 정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