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02월02일-- 역사상 최초로 남극대륙 학술탐사에 나선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우주로부터 날아온 운석 5개를 발견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소장 김예동)가 파견한 제1차 남극대륙 운석탐사대는 지난 1월 7일부터 남극대륙 남위 82도와 85도 사이의 3군데 산악지역에서 3주일간 운석 탐사작업을 벌여 탐사 마지막 날인 28일 남위 85도 부근의 티엘 산악지대에서 5개의 운석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탐사대에 참여한 최변각 교수(서울대 지구교육과)는 “발견한 운석 5개 가운데 하나는 지구에 접근할 당시 대기와의 충돌로 녹아서 형성된 줄무늬가 그대로 남아있는 매우 희귀한 종류”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까지 남극에서 발견된 운석의 평균 무게는 190그램 정도이나 이번에 탐사대가 발견한 운석은 200그램에서 400그램 정도로 비교적 큰 편에 속한다. 탐사대는 발견된 운석을 오염이 되지 않도록 냉동 진공포장하여 남극대륙 탐사의 전초기지인 패트리어트힐로 귀환중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운석은 지난 1943년 전라남도 고흥군에서 발견된 후 일본으로 옮겨졌다가 1999년 반환된 두원운석 뿐으로 현재 대전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보관중이며 관련 학계에서는 그동안 운석 시료가 턱없이 부족하여 연구에 큰 지장을 받아왔었다. 대부분 우주의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암석파편인 운석은 태양계 생성 초기에 만들어진 뒤 거의 변화가 없어서 태양계의 생성과 초기 진화단계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사용된다.
탐사대는 지난 1월초 러시아 수송기 편으로 남위 80도의 패트리어트 힐에 도착, 소형 설상차를 이용하여 인간의 발길이 닿은 적이 없는 처녀지인 200킬로 거리의 마틴힐과 피릿힐 지역으로 이동, 운석 탐사 작업을 벌였으며 다시 경비행기로 남위 85도의 티엘 산악지역까지 진출, 빙하의 얼음이 노출되어 있는 청빙지대를 탐사했다. 탐사지역은 남셰틀랜드 제도에 있는 세종기지로부터 직선거리로 2,500킬로 이상 떨어진 남극 대륙 중앙부이다. 지금은 남극의 여름에 해당해 24시간 해가 지지 않고 연중 가장 기온이 높은 시기이지만 그래도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이 계속되고 있다. 날씨가 쾌청한 날은 얼음으로 뒤덮인 블루아이스 지역에서 탐사를 벌이지만 바람이 불면 하늘과 땅의 경계가 구별되지 않고 지면의 굴곡이 보이지 않아 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 특히 청빙지대가 펼쳐진 곳에는 빙하가 갈라지면서 만들어놓은 틈 사이에 눈이 덮여있는 크레바스가 곳곳에 지뢰처럼 산재해 있다.
남극 대륙에서 운석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남극대륙 빙하의 움직임 때문이다. 남극 여러 곳에 낙하한 운석은 빙하와 함께 서서히 해안가로 이동하다가 산맥에 가로막히면 특정 지역에 모이면서 지표 가까이 올라오게 되는데 이때 얼음층이 집중적으로 풍화작용을 받는 청빙지대(블루아이스)에서 운석 발견 가능성이 높다. 남극에서 본격적으로 운석을 채집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이탈리아 등 4개국이며 이번에 우리나라가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탐사대는 이번 활동 기간 내내 쉬지않고 몰아치는 블리자드(눈보라를 동반한 강한 바람)에 시달렸다. 남위가 낮아질수록, 즉 남극점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시속 70노트 이상의 강풍이 동반하면 체감온도는 급격히 영하50도 가까이 떨어지기도 한다. 탐사대는 매번 눈을 녹여 물을 만들었으나 텐트 안에 보관한 식수 등 모든 액체가 수시로 동결되어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며 노출된 설상차를 타고 수 백킬로를 이동하느라 가벼운 동상을 입기도 했다. 이번 탐사는 이종익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최변각 서울대 교수, 김옥주 서울대 대학원생 등 과학자와 유한규(코오롱스포츠), 장남택(동진레저) 등 극지전문가가 팀을 이뤄 구성됐으며 영국인 남극전문가를 포함, 모두 7명이 참가했다.
이번 탐사를 주관한 극지연구소 이종익박사는 “지구온난화의 영향 등으로 운석이 얼음 속으로 가라앉아 많은 시료를 채집할 수는 없었으나 최초의 학술탐사 과정을 통해 남극 대륙 중앙부의 극한지 기후를 직접 체험하면서 앞으로 계속 이어질 대륙탐사에 소중하게 쓰일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극지연구소는 이번 탐사를 계기로 본격적인 운석연구의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현재 남극주변 바다생태계 중심인 연구범위를 대륙 전체로 확대시켜나간다는 구상이다. 탐사대는 2월 5일 17:20 KE018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남극대륙 진출 전망은...
올해는 세종기지 건설 20주년을 맞는 해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칠레와 남극반도 사이에 있는 킹조지섬의 세종기지를 중심으로 남극 연구를 진행해 왔으나 이 기지는 사실 남극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이 기지의 위치는 남위 62도로, 남극권(남위 66.5도 이하) 에도 속하지 않아 극지 연구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실 1-2월경 세종기지 주변의 온도는 같은 기간 서울의 평균 기온보다도 높은 실정이다. 본격적인 남극 연구를 위해서는 대륙 기지 건설이 필수적이지만 남극대륙
본토에 진출하여 기지를 건설하려면 보급 문제에서부터 남극과학위원회 정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을 받아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니다. 정부는 2011년 남극 대륙기지 건설을 목표로 남극과학위원회의 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외교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는 중이다. 극지연구소는 지난해 대륙기지건설사업단을 신설하고 남극 대륙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현재 1천억원대 예산의 쇄빙선 건조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대륙기지건설사업단은 이번주 중으로 과학자2-3명을 남극 해안에 파견, 러시아 쇄빙선을 이용해 기지 건설 후보지역을 답사할 예정이다. 대륙기지 건설 예정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쇄빙선의 접근이 가능한 보급 루트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조건이 좋은 대부분의 사이트는 선진국 기지가 이미 선점을 한데다 실무 과학자들 사이에 동남극과 서남극 대륙기지 건설안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위치 선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출처 : 극지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