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재정차관 “환율불안 오래가지 않을 것”
[KTV대담] 이달말부터 은행 중장기 외화차입 본격화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달 말부터 은행들의 외화 차입이 본격화되면서 외환시장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허 차관은 9일 한국정책방송(KTV)에 출연해 “일반 시중은행들의 중장기 외화 차입이 이달 말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2월에 이어 3,4월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 환율불안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차관은 최근 원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미국의) 다우존스 수지가 급격히 무너지고 동유럽 위기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환율이 더 떨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과도한 경계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이것이 과도한 반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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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외신의 부정적 보도에 대해 “외부에서 우리나라의 경제를 분석할 때 큰 지표는 보는데 그 구성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지 못하는 면이 있다”며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외신이 알지 못하는 부분을 우리가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차관은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논란에 대해 “(환율은) 시장에서 기본적으로 펀더멘털(기초여건)과 수급으로 결정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환율시장은 주식시장보다 예민하기 때문에 분명 오버슈팅(과민반응)과 쏠림현상이 있기 마련”이라며 “그럴 경우 과감하게 개입해 이 부분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참여자들에게 인식시켜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엔고 현상에 대해 허 차관은 “환율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엔고 현상으로 고통을 받는 부분도 있지만 주력산업인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은 이익을 보고 있다”며 “다만, (엔고 현상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때를 활용해 부품 산업을 유치하고 일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차관은 물가와 소비에 대해 “최근 물가가 다소 불안했지만 연간 물가는 2% 후반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소비 진작책이 제대로 작동되기 시작하면 대외가 나아지기 전이라도 상당부분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허경욱 차관의 대담 내용을 정리했다.
- 최근 달러가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세계 6대 외환보유국이면서 경제규모 역시 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원화가치가 너무 가파르게 하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근래 몇 가지 상황을 보면, 연초 8000선을 훨씬 넘었던 다우존스 지수가 7500대, 7400대가 무너지고 이제는 7200대까지 무너졌고, 그다음 동유럽 위기가 터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들을 보면서 심리상태가 취약한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경우 환율이 더 떨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과도한 경계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이것이 과도한 반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 일각에서는 역외세력의 투기성향이 강화되면서 시장메커니즘이 교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투기세력에 대해서는 항상 감시를 하고 있다. 다만, 이것이 투기세력의 문제로만 보기에는 어렵고 기본적으로 불안심리가 작용하고 있고, 또 하나는 외부에서 우리나라의 경제를 분석할 때 큰 지표는 보는데 그 구성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지 못하는 면이 있다. 예컨대, 일부 외신에서 나오고 있는 부정적 보도가 그런 것인데, 여기에 대해 정부가 더 열심히 알려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단기외채 등 민감한 지표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단기외채와 유동외채 부분이다. 단기외채가 1500억불, 유동외채를 합하면 1900억불 정도 되는데, 이 중에 400억불 정도는 사실상 우리가 돈을 빌려서 갚을 필요가 없는 회계학 상으로는 부채에 해당하지만 빚을 내서 갚아야 하는 돈은 아니다. 이 부분을 빼고 나면 충분히 여유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외신이 알지 못하는 부분을 우리가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고도 하고 이코노미스트 같은 경우 직접 찾아갈 계획도 가지고 있다.”
- 동유럽 쪽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동유럽발 경제위기로 우리 환율시장이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동유럽 자체에 빌려준 돈은 20억불 정도로, 우리나라 전체 은행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시장에서 걱정하는 것은 한국에 들어온 유럽계 은행들이 있는데, 이 유럽계 은행들이 동유럽에 돈을 많이 빌려줬기 때문에 돈을 빼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충분히 걱정할 만한 내용인데,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유럽계 은행들의 절반은 영국계로, 동유럽에 빌려준 돈이 거의 없다. 나머지 중에서도 동유럽에 많이 물려있는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 은행은 거의 없다. 은행별로 봐도 걱정할 수준을 아니라고 본다.
만약 유럽계 은행들이 돈을 무차별적으로 회수한다 하더라도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 쏠림현상이나 투기 부문이 있을 때는 언제라도 시장에 들어가 스무딩을 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는데, 시장개입의 완급조절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시장에서 기본적으로 펀더멘털(기초여건)과 수급으로 인해 결정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환율시장은 주식시장보다 더 예민하다. 24시간 깨어있는 시장이다. 그러다 보면 분명히 오버슈팅(과민반응)과 쏠림현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럴 경우에는 과감하게 개입해서 이 부분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참여자들에게 인식을 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그에 따른 역효과도 있지 않나.
“분명히 최선을 추구하지만, 차선책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저희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도 인정하고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그런 수단을 가지고 있다. IMF 통계를 보면, 스무딩오퍼레이션에 대해 모든 국가들의 정당한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 최근 원화값 불안을 투기세력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고, 달러 실수요와 원화가치에 대한 의견은?
“기본적으로 투기세력에게만 돌릴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인정한다. 다만, 원화가치 자체가 문제냐 하는 것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우리가 비록 대외교역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연초부터 지금까지 19%까지 하락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이 부분은 분명히 과민한 반응이다.
실수요 측면으로 보면, 사실상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들었기 때문에 실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요나 이런 부분 때문에 원화가치가 하락했다고 보지 않는다.”
- 최근의 환율 불안을 보면 IMF 때보다 더 심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원인과 현황인데, 원인으로 보면 IMF 때와 전혀 다르다. 그 당시는 기업의 부채비율이 400%에 이르고, 은행들도 굉장히 취약했었다. 기본적으로 환율이 불안해질 요인이 있었다. 지금은 기업의 부채비율이 100%로 세계적으로도 건전하다. 은행들도 평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12%로 아주 건전하다. 다만 미국에서 문제가 터져서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감소한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원인은 전혀 다르다.
현황과 이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 보더라도, 그 당시 외환보유고가 39억불까지 감소했었다. 1997년 말에 외환보유고가 80억불 조금 넘었는데, 단기외채가 이에 비해 700%나 많았다. 지금은 100%도 채 안 된다. 여러 번 말씀드리지만, 충분히 감내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다만,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많이 움직이니까 그 당시를 상기하는데 원인이나 대응능력에서 완전히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 엔화가 유독 원화에만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엔고현상의 근본적인 원인과 정부의 대책은?
“엔화가 강해진 이유는 흔히 엔케리 현상이라고 엔화가 쌀 때 빌려서 투자했던 자금이 지금 다 일본 국내로 회수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원화는 이와 반대로 약해지고 있는데, 이것이 겹치다 보니 엔고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엔고 현상이 일어나면서 엔화 자금을 많이 빌려 썼던 분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환율은 항상 양날을 가진 칼과 같다. 대일 주력상품인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이 그런 점에서 굉장히 이익을 보고 있다. 다만, 과거 100엔당 800원까지 갔었는데 1600원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를 활용해서 주력산업은 시장점유율을 올리거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또 일본에 대한 적자가 작년에 330억불까지 갔는데, 60%가 부품이다. 단기적으로는 부품수입이 손해를 볼 것이다. 그러나 이때를 활용해서 일본 부품회사를 유치하거나 국내 부품산업을 육성하든지 해서 대외의존도를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엔고 현상이 고통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이러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환율 불안으로 인해 물가 상승과 소비 감소가 우려되는데, 국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은 세계경제가 풀리지 않는 한 지속된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환율 때문에 물가상승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가 수입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전체 물가를 차지하는 35%가 대외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분명히 환율상승이 물가불안 요소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율불안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이달 말부터는 일반은행들이 본격적인 중장기 차입을 시작할 것이다. 그 다음에 2월 무역흑자 33억불 정도 되고, 경상수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40억불 정도 되는데 3, 4월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정착이 됐다는 것이 느껴지면 심리상태가 바뀌고 과민한 반응이 반대로 돌아설 수가 있다.
이와 별개로 지금 우리 경제는 수요가 급감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있다. 연말 쯤 되면 물가가 2% 후반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우리가 내수 진작을 위해 여러 가지 소비 진작책을 쓰게 되는데, 소비 진작책이 제대로 작동되기 시작하면 대외가 나아지기 전이라도 상당부분은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우리 경제의 견실성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경제는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4분기에 마이너스 5.6%의 좋지 않은 성장을 기록했다. 세계적으로 성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다만, 1, 2월 지나서 보면 일부 긍정적인 숫자들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1월 수출은 34% 감소했지만, 2월에는 17% 줄어드는데 그쳤다. 2월 무역수지도 증가하고 있고, 또 광공업 생산이나 서비스수지가 소폭 상승하고 있다. 아직도 전반적으로 나쁜 숫자들이 많지만 일부 좋은 숫자들도 나오고 있는 등 혼합돼 있는데, 보다 중요한 것은 대응자세이다.
재정조기집행을 독려하고 있고 추경의 경우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해서 4월에 통과됐으면 생각하고 있다. 추경이 확정되면 큰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거기에 못지않게 노사민정 합의에 의한 일자리나누기 등 국민화합이 굉장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너무 낙관적인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환율 상승이 분명히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환시장 안정과 경제성장의 기회요인은?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해외소득을 벌어오는 것이다. 그것이 경상수지 흑자인데,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130억불 예상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수출이 줄어드는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 하시는데, 물론 축소균형이다. 수입이 더 빨리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가격이 작년에 90불 이상으로 결정되다가 요즘 60불 정도 예상되고 있는데, 그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지만 원유 줄어드는 것만 놓고 보면 240억불 흑자요인이 생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확신하고 있는데 다만, 시장에서는 2월 숫자만 확인됐기 때문에 3, 4월 숫자를 기다리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또 한 가지는 단기차입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달에 중장기 차입을 해 와서 단기차입을 해결해 나가는 것을 실제 보기 시작하면 외환시장이 많이 안정될 것이다.
경제의 기회요인으로 보면, 우리 경제는 큰 위기를 겪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르다. 그들 나라에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있었고 실제로 위기의 진원지이고 위기가 진행 중이다. 반면, 우리는 기업부문도 건실했고 은행부문도 건실하지만, 수요가 갑자기 감소했기 때문에 생긴 부분이 크다. 그러니까 우리가 더 감내하기 좋은 체력을 가지고 있고, 재정도 훨씬 안정적이다.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도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합쳐지면 오히려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