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 끝낸 경주 남산 ‘열암곡석불좌상' 공개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9일 경주 남산 열암곡석불좌상(列岩谷石佛坐像, 경북도유형 제113호)에 대한 정비를 마치고 그 모습을 공개했다.
이 사업은 경주시와 함께 2007년부터 신라 불교문화의 보고인 경주 남산에 대한 정비사업의 하나로 진행해 왔다.
경주 남산에는 불국토(佛國土)를 꿈꾸던 신라인들의 정신과 호국불교의 염원이 깃들어 있는 수많은 불교문화재가 남아있다. 야외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 경주 남산의 크고 작은 여러 계곡과 능선의 정상부에는 자연과 어우러져 더욱 친숙하고도 경외감 서린 석탑 및 석불을 비롯해 다양한 형상의 마애불(磨崖佛)이 산재한다. 남산은 2000년 12월 ‘경주역사유적지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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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암곡석불좌상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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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전 유적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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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불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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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
그러나 경주 남산에는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풍화되거나 파괴 또는 넘어져 깨진 석조문화재가 많이 있다. 특히 남산 남쪽지역에 위치한 열암곡은 통일신라 절터의 흔적이 많은 곳으로, 지금도 넘어지고 깨진 불상과 불탑을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최근에 1300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발견된 열암곡마애불입상도 바로 이 계곡에 넘어져 있었다.
이번에 정비를 마친 열암곡석불좌상은 8~9세기경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돼 조선시대 전기까지 유지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그 후 불상이 넘어지거나 무너져 불두(佛頭)는 계곡 아래로 굴러 떨어졌으며 광배(光背 회화나 조각에서 인물의 성스러움을 드러내기 위하여 머리나 등의 뒤에 광명을 표현한 원광)는 불상 뒤편으로 넘어져 크게 파손된 상태였다. 2005년 우연히 남산을 답사하던 한 시민에 의해 불두가 극적으로 발견된 후, 경주시는 이를 정비하기로 하고 문화재 보존정비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의뢰했다.
2007년 4월부터 본격적인 발굴조사 실시, 이후 1년 간 석불좌상의 불두, 깨어진 광배 및 하대석(下臺石 밑받침돌) 편(片)들에 대한 접합 복원, 그리고 관계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대좌(臺座 불상을 올려놓는 대) 부재 중 유실된 중대석(中臺石)을 재현함으로써 마침내 보수된 3단 대좌 위에 열암곡석불좌상을 안치할 수 있게 됐다.
정비된 열암곡석불좌상은 당당하고 풍만한 몸체에 광배와 대좌를 제대로 갖추고 높이 4m의 장대한 모습으로 남향(南向)하여 정좌한 모습이다. 대좌는 지대석(址臺石 건축물을 세우기 위하여 잡은 터에 쌓은 돌)과 하대석(下臺石)이 한 몸돌로 되어 있는 3단의 팔각 연화대좌(蓮花臺座)이다. 결실된 중대석은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불상 형식에 따라, 불좌상과 대좌의 높이 비례 및 대좌 각 부분의 비례 등을 고려하여 새로 만들었다. 떨어져 나간 불두는 보존처리 후 불신(佛身)에 접합하고 10여 조각으로 깨진 광배는 구조보강 작업을 거쳐 완전하게 접합하였다.
두광(頭光)과 신광(身光)을 아우르는 거신광(擧身光 부처나 보살의 온몸에서 나오는 빛)으로서 연화문(蓮華文), 화불(化佛)과 불꽃무늬(火焰文) 새김 등으로 장엄(莊嚴)된 광배는 그 크기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깨달음의 손갖춤〔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하고 있는 열암곡석불좌상은 몸체의 양감과 자연스럽게 늘어뜨려진 법의 차림새 및 조각수법 등 통일신라시대 전성기 양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열암곡석불좌상은, 석굴암 본존불 이후 남산에 조성된 불상 중에서 여전히 우수한 조형성을 간직하고 있는 동시에, 광배를 지고 대좌에 앉은 채 남산의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흔치 않은 작품으로 온전히 정비되면서 남산을 찾는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게 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는 이번 열암곡석불좌상에 대한 정비를 통해 신라인의 신앙지(信仰地)였던 경주 남산의 정체성을 구명하고 그 참모습을 재현하며, 민족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수준 높은 문화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