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금융정상회의 및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과 남미를 방문, 11박12일 일정으로 ‘아메리카 순방’에 나섰던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오후 귀국했다.
이번 순방에서 이 대통령은 브라질과 페루, 콜롬비아, 칠레 등 남미 자원부국들과 첫 정상회담을 개최, ‘세일즈 외교’를 펼치며 우리 기업들의 남미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다졌다. CEO 출신 대통령답게 시종 경제 분야 비즈니스 어젠다를 놓고 정상회의를 진행해 정상회담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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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담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정상 회의를 모두 마친 후 페루 전통의상인 ‘폰초’ 차림으로 각국 정상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이 대통령은 또 G20·APEC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이 무역 및 투자와 관련된 새로운 장벽을 만들지 않는 동결선언(Stand-Still)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 참가국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를 만들어 내는데 신흥경제국으로서의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이 밖에도 APEC 기간 한·미·일 3국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을 잇달아 열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6자회담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했다.
■ 남미 자원부국과 ‘세일즈 외교’…남미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
이 대통령은 브라질과 페루, 콜롬비아, 칠레 등 남미 자원 부국들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세일즈 외교를 펼치며 한국기업들의 남미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브라질과 페루, 콜롬비아 정상과의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원전과 유전광구 개발, 고속철도 건설 등 각국이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을 참여시켜 줄 것을 공식 요청해 그야말로 ‘밀착 세일즈 정상외교’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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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각) 브라질리아 시내 대통령궁에서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 21일(한국시간 22일)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과의 한-페루 정상회담과 관련,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페루와 관련된 한국 기업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페루 정부의 지원을 직접 당부해 마치 ‘비즈니스 상담’을 하는 분위기였다. 이 대통령은 흡사 경협사절단 총단장과 같은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SK, 삼성전자, LG전자, 두산중공업, 석유공사 등 한국 기업들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가르시아 대통령과 페루 정부의 각별한 지원을 요청했다. 23일(한국시간 24일) 미첼 바첼렛 칠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발전 프로젝트와 초고속인터넷 관련 한국기업들의 칠레 진출을 위해 ‘밀착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이 외에도 이 대통령은 한-페루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내년 중 추진키로 합의했고, 브라질과는 한-메르코수르(MERCOSUR, 남미공동시장)간 FTA 체결 논의를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 G20·APEC 등 국제 다자외교무대서 신흥국 목소리 분명히 내기도
이 대통령은 또 G20·APEC 등 다자외교 무대에서 신흥경제국으로서의 목소리를 내며 주목을 받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가능성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G20 정상회의와 APEC 정상선언문에 그 취지를 반영시키는 호응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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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오전 제16차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CEO(최고경영자)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이 대통령은 “전대미문의 위기엔 전대미문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를 통한 내수경기 활성화, 중소기업에 대한 각별한 배려, 지역간 협조와 국제공조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오바마 당선인측과 한미 현안 첫 논의
또한 14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측의 G20 정상회의 대표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짐 리치 전 하원 아태소위원장과 회동을 갖고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방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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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민주당의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는 브루킹스 연구소를 방문, 스트로브 탈보트 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이 대통령은 미국 민주당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연구소 연구원들과 외교·안보 간담회도 가졌다.
이 대통령은 또 APEC 기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와 함께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핵 6자회담을 내달 초 개최키로 합의하는 등 북핵문제와 금융위기 등에 대한 3국 공조를 다짐했다.
■ 화상 국무회의 주재…순방 중에도 국내현안 챙겨
브라질을 공식방문 중이던 18일에는 화상통화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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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을 공식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하고 있다. |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금융위기에 빠진 국제사회에 한국이 내놓을 좋은 제안을 준비하도록 내각에 지시하고, 국내 금융시장 현안에 대한 정부의 조치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26일 오전 귀국할 계획이었으나 국내현안 등을 감안, 일정을 하루 앞당겨 25일 오후 귀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