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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땀방울로 새벽을 연다

기초체력·종목 훈련 뜨거운 열기...

등록일 2008년06월17일 00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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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선수촌 르포] 승리의 땀방울로 새벽을 연다
6시부터 훈련 돌입… 기초체력·종목 훈련 뜨거운 열기
지난 10일 새벽 여자 핸드볼 선수들이 힘차게 달리기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9일 오전 6시 서울 태릉선수촌, 잦은 비 때문에 눅눅해진 대기 사이로 여기저기서 선수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같은 시각, 스트레칭을 위해 인조잔디구장 구석에 설치한 스피커에서 내뿜는 유로댄스 뮤직이 선수촌의 이른 아침을 깨운다.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국가대표 선수 13개 종목 239명 가운데 200여명의 선수들이 아침 운동장의 한 켠을 차지하고 정렬했다.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몸이 풀리지 않은 탓인지 에어로빅을 따라하는 동작이 엉거주춤하다.

스트레칭이 끝나면 트랙을 돌거나 종목별로 간단한 아침 운동에 들어간다. “더 쳐, 더 쳐” 인조구장 밖 오솔길에서 스탑워치를 들고 선수들을 독려하는 복싱 국가대표 이승배 코치. “복싱은 체중 조절이 중요하기 때문에” 13개 종목 중 아침 러닝을 가장 격렬하게 소화한다. 400m 크로스컨트리 5바퀴. 선수들은 “헉헉” 거친 날숨을 내뱉으면서도 전속력으로 달린다. 인조구장 트랙에서는 남자핸드볼 대표팀, 여자핸드볼 대표팀, 여자하키 대표팀 열댓 명씩 무리지어 뛰는 가운데, 나머지 종목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가볍게 몸을 푼다. 하지만 열 바퀴 가까이 되면서 여자 선수들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다. “헉헉” 소리가 트랙을 메운다. 뛸수록 속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트랙 한 켠에는 호랑이 같은 코칭스태프들이 늦게 뛰는 선수들에게 불호령을 내린다.

오전 7시 20분, 운동장에는 복싱 선수들과 여자하키 선수들만 남았다. 스틱을 잡고 필드에서 몸을 구부린 상태로 플레이하는 하키 선수들은 다른 종목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이다. 그러나 훈련량은 복싱 못지않을 정도로 혹독하다. 러닝을 마친 여자하키 선수들이 빨간색 트랙 위에 널브러져 있다.

숨이 턱에 차도 뛰고 또 뛰고

“제 싸이월드 홈피 메인 제목을 ‘개심장으로 만들자’고 띄워놨어요. 개는 오뉴월에도 잘 달리잖아요. 베이징은 유난히 덮기도 하고, 그래서 개처럼 달릴 수 있는 심장을 만들자는 뜻으로. 운동 10년 했는데,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체력이 달리면 어쩔 수 없더라구요. (한국 여자하키) 국제랭킹은 7위지만 체력으로 승부할 겁니다”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하키 국가대표 수비형 미드필더 서혜진 선수의 포부다. 한창 외모를 가꿀 스물넷의 아가씨, 하지만 헝클어진 머리와 온몸이 땀에 전 모습이 또래의 어느 누구보다 아름답다.

대표팀 훈련은 종목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오전 6시 30부터 1시간 동안 아침 러닝, 아침 먹고 9시부터 2시간여 동안 오전 훈련, 점심 휴식 후 2~3시간 훈련을 소화한 뒤 저녁 시간에는 동영상으로 라이벌 선수나 상대팀을 분석하는 전술회의 시간을 갖는다. 개인 사생활은 찾아볼 수 없는 혹독한 집단 생활, 그래도 다들 “동료들이랑 생활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며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양궁 남자대표 이창환 선수가 시위를 당긴 가운데 임동현 선수는 과녁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오전 9시 30분, 한국의 메달밭이라고 할 수 있는 양궁 대표팀 훈련장을 찾았다. 여자 양궁의 박성현, 윤옥희, 주현정 선수와 남자 양궁의 박경모, 이창환, 임동현 선수 6명이 사대에 서 있다. 삼면이 숲으로 둘러싸인 양궁 훈련장은 시위를 힘껏 당겼다 놓을 때 나는 ‘텅텅’ 소리만이 요란하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양궁은 새로운 룰이 적용된다. 개인전은 단 12발, 단체전은 총 24발로 결정된다. “짧은 승부로 긴장감을 높이려는 측면도 있지만, 한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문형철 여자대표팀 감독은 말한다. 그래도 문 감독은 “4개의 메달 중 단체전 2개는 꼭 따낸다는 다짐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오전 10시 30분, 체력단련장인 ‘월계관’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피부로 전해진다. 피트니스룸에서는 레슬링과 역도 50여명의 선수들이 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20kg, 40kg 바벨을 엿가락 들 듯 들었다 놨다 하는 남자 선수들의 몸은 하나같이 ‘킹왕짱’이다. 레슬링 국가대표 김인섭 코치는 “8년 전 시드니 대회만큼이나 선수 구성이 좋다”며 “어느 대회 때보다 메달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박태환 선수 “최선 다해 관심에 보답”

오전 11시, 짙은 안개를 사르고 올라온 태양은 수영장 지붕을 뜨겁게 데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영장 안은 체력단련장보다 더 후끈하다. 박태환이라는 간판스타를 보유한 수영은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이다. 노민상 총감독은 “얼마 전 괌 전지훈련을 통해 체력을 집중적으로 키웠고, 이번 6월 둘째 주부터는 3주간 스피드 배양 훈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금메달 기대주 박태환 선수가 동료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혹독한 체력 훈련 덕분인지 박태환 선수의 배꼽은 ‘王’자가 새겨진 복근 안쪽으로 족히 1인치 정도는 쏙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평소 체중은 75.8kg이지만, 지금은 2kg 정도 빠진 상태라고 한다. 박태환은 수영장에서는 떡 벌어진 어깨를 자랑하는 ‘어깨 괴물’로 보였지만,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수영장 밖 모습은 스무살 앳된 소년 딱 그만치다.

“59일 남은 입장에서 집중력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올림픽이라는 타이틀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올림픽이 아니라 수많은 대회 중 한 대회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 보답하겠습니다.”

6월의 태양은 태릉선수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의 땀방울보다 더 뜨겁지는 못할 것 같다. ‘레슬링 선수가 되겠다는 초심을 기억하라. 싸워서 이기고 지면 죽어라.’ 누군가 레슬링 훈련장 아크릴보드에 써놓은 글귀만큼, 태릉선수촌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자료제공 :  코리아플러스

김형석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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