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쇠고기 전면개방 반대 촛불문화제’에 대한 조중동 5월 29일자 보도에 대한 논평 |
촛불문화제와 거리 시위에 대한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왜곡보도가 시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비난 여론에도 이들 신문의 보도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29일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각각 3건, 4건, 5건의 관련 기사를 실었으나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반면 시위의 ‘불법성’을 부각하려는 시도와 악의적인 음해는 계속됐다. 특히 동아일보의 보도 행태는 최소한 여론의 ‘눈치’를 살필 능력조차 없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들게 했다.
조선일보, 외부 칼럼 통해 또 ‘전교조 탓’
조선일보는 8면 기사 <촛불집회 닷새째 도로 점거>에서 28일 촛불문화제와 거리시위를 짧게 다뤘다. 여전히 ‘불법 도로 점거’, ‘불법 시위’, ‘닷새째 도로 점거’ 등 시민들의 거리 시위가 ‘불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찰은 82개 중대 8000여명을 동원했으나, 이들이 차로로 진출하는 것을 강압적으로 저지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같은 면 <경찰 “백골단 동영상, 재미교포가 미국에서 올려”>에서는 “지난 해 시위 사진을 최근 촛불문화제 진압사진처럼 올린 사람은 재미교포”라는 경찰의 발표를 전했다.
소설가 복거일의 외부 칼럼 <10대의 정치화>는 “이번 폭발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한 결정적 성분은 갑자기 나타난 ‘10대의 정치화’”라며 “그른 교과서들을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적대적인 교사들로부터 배우면서, 그들은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상황은 우리 초·중등 교육이 좌파 교원노동조합에 의해 실질적으로 통제된다는 사실을 더욱 음산하게 만든다”며 전교조를 악의적으로 매도했다.
중앙일보, 이명박 정부에 기대한 것이 잘못?
중앙일보는 2면 기사 <“촛불 시위자 구속 신중히”>에서 한나라당이 “촛불집회 시위자들에 대한 구속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과 청와대가 시위의 ‘배후’를 조사하되 “증거주의 원칙을 확실히 적용해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을 전했다.
10면 기사 <‘백골단 진압’ 거짓 동영상 재미동포가 인터넷에 올려>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불법 가두 시위가 닷새째 이어졌다”며 경찰의 “386 출신 네티즌들이 인터넷 카페 등을 개설해 시위 지침 성격의 글을 적극적으로 올리고 있어 불법 시위와의 연관성을 조사중”이라는 경찰의 입장을 전했다. 같은 면 <‘촛불집회’ 인터넷서 생방송까지>에서는 촛불문화제와 거리시위가 인터넷을 통해 생방송되고 있는 현상을 다뤘다.
배명복 논설위원의 칼럼 <시시각각/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는 교묘한 방식으로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비난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놨다. 칼럼은 “시위 참가자들의 대다수는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실정(失政)에 실망해 화가 난 사람들이지 누구의 사주와 선동 때문에 나온 사람들이 아니라고 본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정부가 배후세력 철저 수사 같은 권위주의 시대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니 국민이 더욱 열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결국 “준법시위로는 정부가 꿈적도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섰다는 주장은 궤변”이라며 거리시위를 비난했다. 또 “싫든 좋은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것은 우리들 자신이다”, “좀 더 참고 기다려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펴면서 “애초에 이명박 정부에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이 잘못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기대를 줄이는 것이 상책”이라는 해괴한 해결책을 내놨다.
여전히 ‘분위기 파악’ 못하는 동아일보
5건의 관련 기사를 실은 동아일보는 제목에서부터 노골적으로 시민들의 거리 시위를 비난하고, 경찰과 청와대의 입장을 부각하는 등 여전히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했다.
동아일보는 <경찰 ‘확성기 지휘부’ 수사 방침>, <청, “촛불문화제 인정, 가두 시위는 엄단”>, <쇠고기 무관한 “공기업 민영화 반대” 구호 외치기도> 등의 기사에서 청와대와 경찰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며 ‘촛불문화제’에 대한 불법성을 강조했다.
특히 2면 <청, “촛불문화제 인정, 가두 시위는 엄단”>에서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일부 가두시위가 일부 정치 세력에 의해 전략적으로 기획됐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고에 따라 배후 세력을 확인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청와대 측의 근거없는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뿐만 아니라 13면 <“촛불 냉정해져야”>에서는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집회가 끝난 뒤 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며칠째 계속되는 가운데 온라인상에 이 같은 시위 행태를 우려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들의 발언만을 담았다.
29면에 실린 ‘독자인권위 좌담’ <신문이 방송-인터넷 선정성 냉정히 걸러줘야>에서도 이번 ‘쇠고기 파동’이 “객관적 진실에 대한 언론의 정보 제공역할 미흡, 일부 방송의 선정적 보도와 인터넷을 통한 ‘광우병 괴담’의 확산, 과학적 논제의 정치적 이념적 논쟁으로의 변질” 등의 문제를 드러냈다며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시각을 드러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여전히 시대의 흐름과 민심을 읽지 못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동아일보의 노골적인 정부·경찰 두둔과 여론을 거스르는 보도행태는 참으로 답답하다. 동아일보 사옥 바로 옆에서 연일 벌어지는 민심을 어쩌면 이토록 감지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를 향한 동아일보의 ‘일편단심’이 딱하다.
(자료제공-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