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기수를 꿈꾸는 유미나 기수후보생(25, KRA 한국마사회 경마교육원 2학년)은 타고난 스피드 광이다. 워낙 타고 달리는 것을 좋아해 한때 ‘스쿠터’로 전국일주를 꿈꾸기도 했으니 그녀의 스피드사랑이 대단하다. 때문일까? 이제 그녀는 기계에 오르는 대신 살아 움직이는 말 등에 올라타 스피드를 즐긴다. “기수의 매력이요? 저보다 열배는 큰 경주마가 제 뜻대로 잘 움직여 주잖아요~ 기계랑은 차원이 틀리죠 차원이!” 유미나 후보생은 아직 후보생 신분이지만 경마기수가 되기 위해 땀방울을 쓸어내리며 기수의 매력을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과천벌을 주름잡을 대형기수의 모습을 엿본다.
처음 유미나 기수후보생을 보는 사람들은 겉보기에 왜소하다 못해 가냘프기까지 한 그녀가 운동선수라는 게 믿을 수 없을법하다. 더구나 예쁘장한 외모까지 가진 아가씨가 500kg을 넘나드는 경주마의 등에 타 말몰이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유미나 기수는 “남자에 비해 체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기수는 힘으로만 되는 게 아니죠. 여자라고 얕보는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거에요” 라며 강하게 말하는 유 후보생에게서 첫인상과는 많이 다른 당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기수에 도전한 계기 역시 범상치 않다. 지난 2005년 우연히 아버지와 함께 서울경마공원을 찾은 그녀는 난생 처음 경마를 보게 된다.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소리가 가슴을 때렸으며 일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기수의 세러모니에 온 마음이 꽂혔다. 단 한번, 경마경기를 관람한 것. 그녀가 기수를 꿈꾸게 된 이유다. 짐짓 싱거워 보이기도 하지만 유미나 후보생은 당시의 감동을 “누군가 내가 가야할 길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왜 있잖아요~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당시를 회상하면 힘든 후보생훈련과정도 즐겁단다.
유미나 후보생은 그길로 다니던 대학을 휴학한 후 경마기수에 도전하게 된다. 부모님의 반대가 걱정되긴 했지만 유미나 후보생의 확신에 찬 모습에 아버지가 흔쾌히 승낙 하셨다. 아버지의 후원을 등에 업고 2005년 5월 KRA 한국마사회 경마교육원 기수후보생 25기로 입학했다. 화려하게만 보이던 기수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했다. 말을 다루기 위한 기초체력을 유지하면서 몸무게를 49kg으로 맞추기는 너무 어려웠다. 체중조절을 위해 무조건 굶다보니 몸이 버틸 수 없었고 약해진 몸은 급기야 그녀를 쓰러지게 만들었다. 당시 유미나 후보생 담당이었던 손영표 교관(현 서울경마공원 조교사)은 “당시 병원에서 ‘어떻게 몸이 이지경인데도 말을 탔느냐’고 할 정도”라며 “미나가 독종인줄 알았지만 그 정신력이 참으로 대단한 친구”라고 말했다. 유미나 후보생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말 탈 힘은 있었어요”라며 “지금은 체중조절 때문에 무조건 굶지는 않아요”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는다. 처음 쓰러졌을 당시 유미나 기수는 아버지께 제일 죄송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 아버지는 오히려 모의경주가 시작된 후 매번 경마공원으로 찾아와 딸의 경주를 챙겨 볼 정도로 정성이다.
당차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유미나 후보생이지만 그녀에게도 고민은 있다. “훈련과정은 견딜 만 한데, 가끔 외로움을 느낄 때 경마교육원 안에서 누군가와 터놓고 말 할 상대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들죠” 유미나 후보생과 같은 2년차 교육생은 모두 9명, 그 가운데 여성 후보생은 유미나 후보생 단 한명이니 그럴 법도 하다. 그나마 1학년 후보생 중 두 명의 여성 후배가 있는 건 큰 위안이다.
고교 동창으로 지난 2002년부터 5년째 사귀어온 남자친구 남궁범씨(25세, 수원시청 역도선수)는 아버지와 함께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다. 수원시청에서 역도 선수로 활동 중인 남자친구는 같은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잘 이해한다. 서로 운동을 하는 덕에 비슷한 꿈을 공유한다. “남자친구는 올림픽 역도 금메달, 저는 과천벌 최고의 기수가 되는 게 우리 둘의 공통의 목표죠”라며 서로를 의지하며 나름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직 실제 경주로에 나오지 못 하는 그저 기수 후보생일 뿐이지만 “앞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가 더 많기에 이유 있는 삶이에요”라고 말하는 유미나 후보생. 그녀의 말처럼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나가고 달성해 나갈 그녀에게 애정 어린 박수를 보내본다.